유사역사학 사절



뱀을 잡을 때 왜 여자 옷을 써야 할까? 인도차이나 ~Indochine~

Liam Kelley 교수님의 Snakes and Clothing in the Ancient Red River Delta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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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홍하 유역의 뱀과 의복 문화


필자는 홍하 유역에 대한 정보를 수록한 6세기 문헌인 수경주(水經注)를 읽다가 뱀을 언급하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 맞닥뜨렸다.

수경주는 염사(髯蛇, 수염 뱀)라는 뱀[1]을 언급하는데, 이 뱀은 굉장히 크고 산돼지와 사슴을 잡아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 뱀을 마주쳤을 때 여자 옷을 던진다고 했다.(搏之以婦人衣投之)


여자 옷이 언급되는 것을 보고, 필자는 처음에 여성의 힘(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암시한 것인지 궁금했다.

예를 들어, 7세기 태국 북부에 설립된 왕국인 하리푼자야(혹은 하리푼차이)의 유명한 건국 설화[2]에도 여자 옷이 등장한다. 이 왕국은 "까마데비"라는 몬(Mon) 족 여성이 세웠다. 빌랑가라는 이름의 추장이 까마데비에게 아내가 되기를 요구했다. 까마데비는 빌랑가가 (도이 수텝) 산 꼭대기에서 까마데비의 궁전까지 창을 던질 수 있으면 그리하겠다고 말했다.

빌랑가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도록, 까마데비는 자신의 속옷으로 모자를 만들어 빌랑가에게 주었다.[3] 그 모자는 빌랑가에게 안 좋은 효력을 발휘해 몸에서 힘을 모두 빼내었고 빌랑가는 창 던지기 내기를 졌다.

또다른 이야기에서는 까마데비가 빌랑가에게 생리혈이 묻은 빈랑 열매를 주었고, 마찬가지의 효력을 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태국 북부에는 여성의 (아랫도리를 가리는) 옷이 힘이 있다고 믿었는데, 그 힘은 생리혈이 위험하다는 생각과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이다.[4]

여윾시 "여자의 옷" 하면 와이셔츠지! 
 
약 2,000년 전 홍하 유역에도 비슷한 믿음이 있었던 걸까? 사람들은 생리혈의 위험한 힘이 뱀을 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어서 여자 옷을 뱀에게 던졌던걸까? 머리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필자는 "뱀을 잡는 방법"에 대해 구글 검색을 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결과는? 뱀을 잡는 (아니면 단순히 무력화하는) 방법 한 가지는 옷가지를 (아무 옷이나) 뱀 머리 위에 집어던지는 것이었다. 뱀은 겁을 먹고 옷에 덮인 채 또아리를 틀 것이다.   

알고보니, 수경주(水經注)의 구절도 바로 위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염사와) 마주쳤을 때, 부인의 옷을 던진다. 곧바로 또아리를 틀고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다음에) 달아날 수 있다." (搏之以婦人衣投之,則蟠而不起,走便可得也)

그런데 왜 여자 옷이여야 했던 것일까? 필자의 추측으로는 당시에 여자가 남자보다 더 넓은 천을 이용해 몸을 가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2,000년 전 홍하 유역 사람들이 어떻게 옷을 입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여러 소수민족이 20세기까지 입어온 차림새를 볼 때, 남자는 훈도시(loincloth) 같은 걸 입고 여자는 사롱[5]처럼 천조각 한 장을 몸에 둘러서 입었다고 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 

산돼지를 잡아먹는 "염사"의 대가리를 덮기에 훈도시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롱으로는 덮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수경주의 해당 구절은 약 2,000년 전에 홍하 유역 사람들의 의복 생활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또한 2,000년 전 홍하 유역에서 뱀을 마주쳤을 때 생기는 난제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남자가 여자 없이 "염사"를 마주친다면 뱀에게 공격당할 것이다. 하지만 여자가 옆에 있다면 뱀에게 사롱 치마를 내줘야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뱀과 마주치면 인간이 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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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내가 연전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쿠마(求麻)의 성 안에서 겨우 6 리 떨어진 이노카쿠라라는 곳이 있다이 곳의 백성 두 명이 산 깊숙히 나무를 하러 들어갔는데그 두께가 넉 되 들이 통 정도되는길이 8, 9척 정도의 큰 뱀이풀이 무성한 사이에서 꿈틀거리며 기어나와 쫓아왔다도망칠 새도 없이두 명이서 갖고 돌아오길, 나무 베는 도끼를 들고있는 힘껏 휘둘러이내 뱀을 쳐 죽인 것이 아니겠는가이 일은 내가 쿠마에 이르렀을 때 갓 반 년 정도 지나위에서 말한 쳐죽인 곳에 이제껏 뼈는 썩어남아있어서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서지금이라도 가 보지 않겠냐고쿠마의 본초자(1) 타스케 요우에몬에게 권유해도, "이제는 염사(蚺蛇)의 간도 썩어있지 않겠는가뼈만 보는 일은 무익해이만한 크기의 이무기(蛆蛇うわばみ)는이 주변에서는 드물지 않아"라고 해서등한시하여 지나쳤다이 뱀도 팽나무의 뱀과 같은 종류일 것이다이처럼 짧고 뚱뚱한 뱀도 있는 것이다.

염사(蚺蛇)의 간염사(蚺蛇)의 뼈모두 의사(医家)에게 진귀한 묘약이다. 나는 이제껏 이것까지그 진품을 보는 일조차 얻지 못하면뼈라도 얻고 싶어서 타스케 요우에몬(右田)을 불러낸 것이다지금도 생각하면혼자서도 가서 볼 만한 것을그 땅의 사람들이 조금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해서, 나도 그것을 듣는 게 익숙해져 너무 진귀한 것에도 생각이 미치지 못해 등한시하여 넘겨버리게 되었다생각할수록 아쉬움이 남는 일이 아니겠는가.


[2] 까마데비 여왕의 전설을 수록한 "까마데비밤사"는 중세의 만들어진 전통, 경양왕(涇陽王) 포스팅에서 언급된 적이 있다. 
"반세기 넘게 베트남인들은 역사적인 기록을 최대한 오래전 과거와 연결하려는 노력에 열중해왔다. 이러한 생각은 베트남 문헌 중 일부가 중세에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데, (중세) 당시 아시아 전역에서 이런 (전통을 만드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고사기古事記)에서 란나(까마데비밤사, Camadevivamsa)까지. 베트남이 여기서 예외일 수 있겠는가?"

[3] ...


[4] 이 분야 전문가 mori님을 소환하고 턴을 종료...


[5] 통가 국가대표가 입은 것도 사롱. (동남아 및 폴리네시아에서 입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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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ori 2018/02/26 04:47 # 답글

    오오 재밌네요!! 뱀과 여자...라면 아무래도 그리스도교 문화에서는 둘이 대대로 원쑤!!이기 때문에 (이브와 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처럼 그려지기도 하는데 고대 홍하지역에서 뱀을 잡는데 여자의 옷이 쓰인다니...! 아무래도 뱀이 생긴 게 남성의 성기와 비슷해서 뱀을 잡을 수 있다고 믿어지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나이브하게 해봅니다~ 재밌는 포스팅 감사해요!
  • 남중생 2018/02/26 22:55 #

    mori님 말대로, 실용적인 이유(넓은 천) 이외에도 여자력 vs 남성적인 뱀이라는 구도도 작용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역사관심 2018/02/28 00:10 # 답글

    흥미롭습니다~!
  • 남중생 2018/02/28 14:29 #

    ㅎㅎ 저도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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