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전근대 지도제작자와 주권의 문제 인도차이나 ~Indochine~

Liam Kelley 교수님의 Premodern Mapmakers and the Question of Sovereignty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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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전근대 지도를 들이밀고 주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보는데 질렸다. 전근대 지도로는 주권 주장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 대한 역사적인 주권 주장을 하고 싶다면, 전근대기의 지도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위 지도로 예를 들어보자. 이 지도는 파라셀 군도 (황사 군도)를 하나의 섬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로 "섬"이 두 개 더 있다. 리런/리 년(里仁, 내가 알기로는 이건 하이난의 지명이다. 맞지?)과 하이난/하이 남. 하이난은 실제 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라셀 군도와 같은 방식으로 그려져 있다. 심지어, 이 지도 상에는 하이난을 파라셀 군도와 구분할 만한 것(색깔, 선, 기타등등)이 전혀 없다.

그렇다는 것은 응우옌 왕조가 하이난 섬에 대한 주권을 가졌다는 말인가? 

응우옌 영토의 서쪽 경계는 또 어떤한가? 이 지도에는 서쪽 국경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라오스 지역 또한 응우옌 왕조가 주권을 행사하는 영토였다는 말인가? 

아니, 이건 전근대의 지도제작자는 지도를 만들 때 자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토"를 표시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도제작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제작한 지도를 가지고 주권을 증명할 수 없다.


위 지도도 마찬가지로 이 점을 증명한다. 이 지도의 하이난 섬은 파란색으로 둘러싸여있는데, 응우옌 왕국의 해안선과 강물도 마찬가지로 파란색이다. 그러니 파란색은 물을 가리킨다. 그런데 주권을 표시하는 선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건 없다.[1]


여기 대남(大南)의 "전도(全圖)"가 있다. 여기에도 하이난 섬이 있고, 서쪽 국경은 명확하지 않다.[2]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아름다운 지도가 있다. 하이난 섬이 그려졌고, 서쪽으로나 북쪽으로나 국경은 없다.

그래서 이런 지도로 어떻게 하면 주권을 입증할 수 있는걸까? 방법은 오로지 지도를 볼 때 선별적으로 지도 상의 특정 부분에만 집중을 하고 나머지 부분은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선별적인 집중으로 인해, 이런 지도로 주권을 "입증"하고자 하는 그 어떤 노력도 좌절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편"이 해야 할 일은 (내가 위에서 한 것처럼) 지도의 나머지 부분을 가리키고, 이런 지도가 주권을 입증하는데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의 논리를 타파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주권은 지도에 무언가를 그려넣는다고 입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지속적인 통치 체제를 둠으로써 입증하는 것이다. 이를 파라셀 군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응우옌 왕조였다. 그리고 프랑스도 1930년대에 파라셀 군도에 통치체제를 더 오랜 기간 세웠다. 이것이 주권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전근대 지도제작자는 지도를 만들 때 주권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만든 지도는 아름답다. 그러나 다른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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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명확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는, 대남일통전도에 "섬라국지계(暹羅國地界)"라고 써있는 좁은 골짜기(?)가 있기 때문이다. 대남일통전도와 메콩강 그리기 포스팅 참조.

P.S.
파라셀 군도가 주권 행사 지역이 아니라, 피해가야 할 "바다에 있는 바위"라는 건 중국 지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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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435435 2018/02/24 13:45 # 삭제 답글

    그러니 독도도 위험하죠
  • 남중생 2018/02/24 16:50 #

    네, 고지도가 아니라 이승만 정부가 주권을 행사한 기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섬(島)이 아닌, 바위 덩어리는 전근대 지리 인식에서 완전히 다른 위상을 차지했다는 주장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http://inuitshut.egloos.com/1931289)
  • 공손연 2018/02/25 19:15 # 삭제

    독도는 조선이고 에도막부건 간에 무관심이었습니다.왜냐하면 그때는 쓸모가 없으니까....

    분쟁지역은 당연히 사람이 거주할수있는 울릉도이고 독도는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에 손이 빨라서 점유를 하긴 했는데 패전이후 한국이 한반도부속도서에 속한다고 털었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울릉도의 부속도서로서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잃게 되는 연합군의 조치에 속하느냐 아니냐 이것뿐이고

    그냥 근대이전은 따지는것 자체가 그냥 역사왜곡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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