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쩐 왕조의 이색적인 애완 악어 인도차이나 ~Indochine~

Liam Kelley 교수님의 The Trần Dynasty’s Exotic Pet Crocodile를 번역합니다. 
---------------------------------------------------------------------------------------------


쩐 왕조의 이색적인 애완 악어


1282년, 로강(瀘江)에 악어가 이르렀음을 보고, 쩐 왕조 인종(仁宗)은 신하 응우옌 투옌(阮詮)에게 글을 작성해서 강에 던져넣음으로써 악어를 내쫓도록 하였다.[1]

대월사기전서에(大越史記全書) 이 사건을 기록한 구절은 악어가 로강에 "이르렀다" 혹은 "다다랐다"(至)고 밝히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악어를 흔히 볼 수 없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악어들은 어디서 온 걸까?
--------------------------------------------------------------------------------------

[1] "그 때 악어가 있어 로강(瀘江)에 이르니, 임금()께서 형부상서 원전(阮詮)에게 명을 내리시길 글을 지어 강에 던지니 악어가 절로 물러갔다." (時 有鱷魚至瀘江 帝命 刑部尙書 阮詮 爲文投之江中 鱷魚自去)
==========================================================================================


몇 해 전, 언어학자 피타야왓 피타야폰(Pittayawat Pittayaporn)은 코넬 대학교 동남아시아 프로그램 학술지(Cornell Southeast Asia Program bulletin)에 역사적 타이(Tai) 언어[2]를 연구한 소논문을 기고했다. (이 논문의 12-17 페이지 참조.) 이 논문에서 피타야왓은, 타이 어군(Tai 語群)의 한 갈래(서남 타이 어 - 위 지도 참조.)가 광서성 지역에 최초로 등장한 뒤, 서남 타이 어 구사자가 타이 어를 더욱 발전시키면서 남서쪽으로 퍼져나갔다는 주장의 근거를 논했다.

이러한 이동을 보여주는 것은 "악어"라는 단어다. 서남 타이 어군에는 사실 "악어"를 의미하는 단어가 두 개다. 하나는 중국어에서 오는데, "신화에 나오는 뱀 같은 수중 생물"을 가리킨다. 다른 하나는 유래를 알 수 없는데, 태국 등지에 서식하는 진짜 악어를 가리킨다. 

피타야왓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태국에는 악어 종(種)이 여럿 있으나, 현재 태국어(Thai)에서 "악어(crocodile, alligator)"을 의미하는 단어는 쩌라케(choorakhee จระเข้)라는 유래가 불확실한 새 단어다. 중국 악어(양자강 악어, Alligator sinensis)는 역사적으로 양자강 중하류 지역의 호수와 늪에서만 발견된 한편, 동남아 악어(바다 악어 Crocodylus, porosus, 샴 악어 Crocodylus siamensis, 말레이 가비알 Tomistoma schleglii)[3]는 동남아 반도의 중부 및 남부에 걸쳐 서식했다. 이 분포에 따라 동남아 북부와 중국 남부는 악어가 없었다.[4]  

그래서 초기 타이어(proto-Tai) 구사자들이 악어가 없는 광서 지방에 살고 있었을 때, 이들은 초기 중국어 구사자들로부터 악어에 대해 들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단어가 타이 언어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실제로 악어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악어를 "신화적인 뱀 형태의 수중 생물"로 상상한 것이다. 

한편 이 사람들 중 일부가 남서쪽으로 이동하여 동남아 악어가 사는 지역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이 악어를 불렀다. 바로 "쩌라케"인 것이다. 
--------------------------------------------------------------------------------------

[2] 태국(Thai)의 국어인 태국어(Thai)와 태국 국내외의 타이 족(Tai)이 사용하는 보다 광범위한 타이어(Tai)는 다르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한국어(Korean)와 문화어, 연변어, 자이니치어, 미국교포 언어 등을 합친 조선어(Corean?)의 구분이라고 볼 수 있다. 

타이어에 대해서는 끝소리 님의
등 포스팅 참조.

[3] 말레이 가비알(Malayan gharial) 혹은 가짜 가비알(False gharial)은 한동안 형태상의 구분으로 크로커다일(Crocodylus)로 구분되었으나, 가비알에 유전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원문에는 scheleglii라고 오기되어있다.

[4] 
▲(좌) 양자강 악어 서식지와 바다 악어 서식지.  (우) 쩐 왕조의 영토 (녹색 부분은 인종 때 아직 편입되지 않음)

==========================================================================================

다시 말해, 홍하(紅河) 삼각주는 두 악어계(중국 악어와 동남아 악어)의 사이에 놓여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1282년의 악어 사건이 기록된 것이다. 악어가 홍하 유역까지 다다른 것은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악어는 어디서 왔을까? 아마도 남쪽지방에서 왔을 것이다. 대월사기전서 1363년조에 남쪽에서 온 악어가 언급되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해, 수도에 위치한 왕실 정원이 개축되었다. 대월사기전서는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그해 겨울, (음력) 10월에 후궁 어원(Hậu Cung Ngự Uyển 後宫御苑)에 못을 팠다. 못 한가운데 돌을 쌓아 산을 만들고, 못의 사면(四面)을 터서 수로(川路)가 흐르게 하였다. 못 위에 (산에는) 소나무, 대나무와 여러 나무를 심고 기이한 꽃과 이상한 풀을 심었다. 진귀한 날짐승과 이상한 들짐승도 그곳에서 길렀다.

못 서쪽에는 계수나무 한 쌍을 심었고, 계수나무 한 쌍을 위한 전각(雙桂殿)을 세워, 낙청전(Lạc Thanh Điện 樂清殿)이라 이름붙이고, 못은 낙청지(Lạc Thanh Trì 樂清池)라고 이름 붙였다.

또 별도로 작은 못을 만들었는데, 동해(海東) 사람을 시켜 바닷물을 실어 와서 (못을) 채우도록 하였고, 대모 거북(玳瑁), 물고기, 거북이() 등의 바다생물을 이 못에서 길렀다.

또한 화주(化州) 사람을 시켜 악어를 실어 와 풀어놓았다.  

또한 청어(清魚) 못이 있는데, 청부(清鮒, 맑은 붕어)를 풀어놓았다. (鮒의 음은 부付인데, 즉어鯽魚다.)[5] 물고기와 함께 사람을 두어 모두 관리하게 하였다."

冬十月,鑿池於後宫御苑。池中積石為山,四面各開,川路通流。池上種松竹雜樹及奇花異卉,珍禽異獸又育於其中。池之西種雙桂,起雙桂殿,名其殿曰樂清殿,其池曰樂清池。又别為小池,令海東人載鹹水潴焉,以玳瑁魚鼈海物養於池中,又令化州人載鱷魚放之,又有清魚池放清鮒鮒音付,鯽魚也魚,並置客都掌之。[6]
--------------------------------------------------------------------------------------

[5]  즉어(鯽魚)는 금붕어다. Liam Kelly 교수님은 청어(清魚) 혹은 청부(清鮒)를 Carp라고 번역하셨다. Carp는 "잉어"를 뜻하지만 (금)붕어도 잉어과 잉어목 붕어속의 물고기다. ("청어"는 아니다)
한편, 부어()는 "붕어"의 어원이다. 눈치챘겠지만 붕어와 마찬가지로 잉어, 상어는 원래 한자로 이어(鯉魚), 사어(沙魚 또는 鯊魚)다. 

[6] 한문 기록을 다소 이상하게 끊어 놓았다. 위의 사진을 보면 "鮒音付,鯽魚也"를 작은 글씨로 두 줄에 적어놓았고 (주석이라는 뜻), 魚並置客都掌之를 한 뭉치로 읽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대월사기전서의 다른 판본으로 보이는 아래 사진에는 " 音付,鯽魚也, 朱尾碧鱗"라고 따로 적혀있다. 또한, 기록 본문도 몇 글자가 다르다. 
  
========================================================================================

화주는 오늘날 후에(Huế) 근처다. 당시에는 쩐 왕국의 최남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악어를 남쪽지방에서 수도로 가져오라고 명령할 수 있는 것이었다. 

대월사기전서에 악어가 언급되는 구절은 이뿐이다. 더욱이 두 기록 모두 악어를 홍하 유역의 "외래"종으로 말하고 있다.  

악어가 전통 설화와 현대 영화에 출연하는 태국과 달리, 베트남의 중심지인 홍하 유역의 문화에는 대체로 악어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월사기전서의 두 기록은 악어가 중세 베트남인의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보여주지는 않지만, 쩐 왕조의 정치 문화에 대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응우옌 투옌은 글을 써서 악어를 내쫓음으로써 당나라 관료 한유가 9세기에 행한 유명한 의식을 따라했다. 그리고 이는 쩐 왕조 조정이 확연히 동아시아적인 지적 사조와 문화 관습을 지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쩐 왕조가 궁궐 안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집한 "이색 동식물"을 전시하는 "왕실 정원"이 있었다는 것에서 우리는 지도자가 다스리는 "세계를 전시"하고자 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는 다른 여러 중세 및 근세 사회(그리고 식민지 박람회)에서 유사한 사례를 볼 수 있으나, 필자는 중국 왕궁에서 이런 것을 한 적이 있었는지 먼저 확인하고 싶다.

위의 두 가지 악어 이야기는 쩐 왕조 통치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지만, 악어 자체에 대해서는, 악어가 중세 홍하 유역 사람들의 삶에서 큰 역할을 맡지 않았다는 것만을 보여준다.

악어는 홍하 유역에 외래종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악어를 이색적(인 전시품)이 될 수 있었다. 그 만큼 쩐 왕조의 애완 악어는 몹시 특별한 것이다.[7] 
--------------------------------------------------------------------------------------

[7] 일본인 네덜란드어 통역관의 애완 악어에 대한 이야기는 서유기 13. 타룡 포스팅 참조.

핑백

  • 남중생 : 본 카테고리의 포스팅 목록 및 순서 (목록화 진행중) 2018-02-23 19:11:13 #

    ... -----------------------------11. 악어(鱷魚)와 전근대 베트남사의 침몰 (2017.05.01) 12. 쩐 왕조의 이색적인 애완 악어 (2017.05.02) To be continued... ============================================ ... more

  • 남중생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 오시사의 논리적 사고와 동남아시아 여성의 역사적 주체성 2018-03-22 22:10:39 #

    ... 것이 아니라, 남편에 대한 순종이라는 사회적 가치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여성이 역사적으로 "중국" 여성 보다 더 주체적이었다고 믿고, "베트남"은 "동남아시아"라고 믿는 사람들은 재빨리 오사련이 쯩 자매의 반란에 관한 정보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여성의 역사적 주체성"을 보여주는 더 ... more

  • 남중생 : 베트남 신화는 악어 숭배에서 나왔을까? 2018-04-07 22:27:39 #

    ... 늘날 후에(Huế) 근처다. 당시에는 쩐 왕국의 최남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악어를 남쪽지방에서 수도로 가져오라고 명령할 수 있는 것이었다." (쩐 왕조의 이색적인 애완 악어 포스팅 참조.) [2] 타치바나 난케이(橘南溪)의 서유기 中 "타룡" 기사 참조.薩州硫黄が島の海中に、時々鼉竜出ず。其形今世に絵にかける竜のごとくにて口 ... more

  • 남중생 : 악어는 사랑(蛇龍)입니다! 아, 아닌가? 2018-04-09 00:13:45 #

    ... 불렀다. 바로 "쩌라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홍하(紅河) 유역은 두 악어계(중국 악어와 동남아 악어)의 사이에 놓여있었다. (쩐 왕조의 이색적인 애완 악어 포스팅 中) ▲(좌) 양자강 악어 서식지와 바다 악어 서식지. (우) 쩐 왕조의 영토 (녹색 부분은 차차 정복한 지역) 정리하자면, 태 ... more

  • 남중생 : 축! 200 포스팅 달성! (악어 포스팅 취합) 2018-04-09 14:40:51 #

    ... 암 켈리(Liam Kelley) 교수님의 포스팅 중 베트남 악어 시리즈 (원문 게재 날짜) 악어와 전근대 베트남사의 침몰 (2017.05.01) 쩐 왕조의 이색적인 애완 악어 (2017.05.02) 구희와 악어 (2010.09.01) ... more

  • 남중생 : 사람, 짐승, 괴물 - On Yeti and Being Just (3) 2018-04-13 14:01:11 #

    ... 10.09.01) 최근 들어 고대 베트남 문화와 악어의 연관성을 부정하시는 중이시다. 악어와 전근대 베트남사의 침몰 (2017.05.01)쩐 왕조의 이색적인 애완 악어 (2017.05.02) 원문 출처: Carla Nappi, "On Yeti and Being Just" in Aaron Gross and ... more

덧글

  • 迪倫 2018/02/22 13:29 # 답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악어에 대해 관심이 별로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베트남도 악어도 모두 궁금해졌습니다.
  • 남중생 2018/02/22 14:34 #

    감사합니다! 저는 여전히 “요시오 코우사에몬은 용에 흥미 => 애완 악어!” 설을 밀고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악어를 기른 이야기라면 언제든지 눈이 번쩍 뜨입니다!@@
    베트남 관련 글은 앞으로도 계속 포스팅해나갈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