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이리오모테시마(西表島) 악어의 발자취를 찾아서 (評) [특집]양자 악어 이야기

이리오모테시마(西表島) 악어의 발자취를 찾아서 (2) -- 고문서의 세계로부터 포스팅에서 남도잡화(南島雑話)에 기록되어 있는 아마미 섬의 악어 상륙 사건을 소개했었죠?

"악어는 이리오모테시마 뿐만 아니라, 아마미 오오시마(奄美大島)에도 있었습니다. 막부 말기에 아마미로 유배된 나고야 사겐타(名越左源太)라는 무사가 상세한 그림을 그려넣은 섬의 일상생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헤이본샤(平凡社)의 동양문고(東洋文庫)에 수록된 남도잡화(南島雑話) 상하입니다. 그 기록 속에 사람 키 만한 악어가 생포되는 그림이 실려있습니다. (그림1)"
▲이리오모테시마 악어의 발자취를 찾아서 (2)의 첫 문단

▲사람 키 만한 악어가 생포되는 그림

그림은 알기 쉽지만, 그 주변엔 뭐라고 적혀있는 걸까요?

「駝竜だりゅう、先年内之海と云所にて海中より毎々陸地へあがり、海辺の草深き所に寝けるを村人見当りし事あり。或時、里の女見当り、馬の綱に木をくくり取りたるを追々男共来り打殺す。
其肉を村老人、若人は万一も毒に当りなば、試に我ら食ふべし、其上にて若き人ども可✓食と烹て食けるに味甚美なり。依て若人ども食けるとなり。味海亀の味に似たりと云。
此竜、古より住けると云事不✓伝、近此に内海の入口段々浅くなりける故、此竜を取て后、如✓此と里人云伝ふ。
○駝竜、アマダツ。伝は本文に出す故、略す。」(名越左源太『南島雑話』1、P167~168、から)

타룡 - 전년, 내해(内之海)라는 곳에 바다 속에서 매번 육지에 올라, 해변의 풀이 무성한 곳에 자는 것을 마을 사람이 발견한 일이 있었다. 한 번은, 마을 여자가 발견해, 말 고삐로 나무에 묶어놓은 (악어를) 머지 않아 남자들이 와서 때려 죽였다.
그 고기를 두고 촌로가 말하길, "젊은이는 만에 하나 독을 먹으면 안 되니, 시험 삼아 내가 먹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젊은이들도 먹을 수 있다"고 하여 익혀 먹었더니 맛이 몹시 좋았다. 이로 인해 젊은이들도 먹게 되었다. 맛은 바다거북의 맛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 용이, 옛날부터 살았다는 말은 전해지지 않는다. (요즘 들어 나타나는 것은) 여기서 가까운 내해(内海)의 입구가 점점 얕아 지는 까닭이다. 이 용을 잡은 뒤에, 위와 같았다고 마을사람들이 말했다. 
타룡이라고 쓰고, 아마다츠라고 읽는다. 전하는 내용은 본문에 나오는 까닭에, 생략한다.   


어라? 이 내용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괴물의 무거운 사체를 끌고 마을로 돌아가 배를 열어보니 알이 잔뜩 차있었습니다. "이게 전부 깨어났더라면 큰일날 뻔 했구나"라고 마을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모두들 "이건 비투화이무누(식인귀, 人喰い者)니까 알은 먹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만, 어느 노인이 "나는 이미 오래 살았으니까, 이런 진귀한 것을 먹고 중독되어 죽더라도 바라는 바이다."라고 말하고 먹어보았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가죽과 고기는 관리 나으리께 바쳤다고 합니다. 
▲히루기 출판사(ひるぎ社)의 오키나와 문고(おきなわ文庫)에서 펴낸 『崎山節のふるさと』(1990)


바로 전편, 이리오모테시마(西表島) 악어의 발자취를 찾아서 (1) -- 채록(聞き書き)의 재미에서 마을 노민들의 이야기를 채록한 것이었죠. 안케이 교수님은 이 이야기를 이리오모테 서남부의 "카노카와(鹿川) 마을"의 전승이라고 소개하면서, 1편을 아래와 같이 마무리 짓습니다.

"이것은 이리오모테 섬에 있는 카노카와 마을의 야라부 카메(屋良部亀) 씨와 사키야마(崎山) 마을의 카비라 에이비(川平永美) 씨의 이야기를 저와 아내 토키코(貴子)가 정리해서, 히루기 출판사(ひるぎ社)의 오키나와 문고(おきなわ文庫)에서 펴낸 『崎山節のふるさと』에 수록한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카노카와 마을에서 악어를 죽인 전승은 세부 사항까지 극히 구체적인 만큼, 먼 옛날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리오모테시마 악어의 발자취를 찾아서 (1)의 마지막 문단


세부 사항까지 극히 구체적인 만큼, 먼 옛날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세부 사항까지 극히 구체적인 만큼, 다른 문헌 기록을 출처로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안케이 교수님께서는 남도잡화에 기록된 내용을 모르셨던걸까요? 하지만 교수님께서 인용하신 남도잡화는 깨끗하게 정서된 동양문고 판본입니다. 안케이 교수님께서는 분명 남도잡화의 아마미 악어 이야기와 이리오모테 악어 이야기가 겹친다는 것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입니다.

물론 민담을 채록하는 입장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그것을 수정하려 들거나 첨언하지 않고 정직하게 받아적은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두 민간 전승 사이의 합치점은 애써 무시하면서, 차이점은 아래와 같이 부풀려 해석하면 안 되겠죠.


이야기를 듣던 때와는 다르게 카비라 씨의 원고에는, 카노카와 마을의 사람들이 숨통을 끊은 악어가 원래부터 우라우치 강의 상류의 마리유두(マリユドゥ) 폭포 호수(滝壷)에 있었다고 하는 전승이 적혀있었다. 화자 자신이 붓을 집어 - 이것은 우리들이 지금 씨름하고 있는 과제인데 - 이 씨름을 통해 수박 겉핥기 식 채담으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기술(深い記述)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리오모테시마 악어의 발자취를 찾아서 (2)의 마지막 문단

이리하여, 구술자가 스스로 붓을 잡음으로써, 입 만으로 전승되어 오던 세계와 고문서의 세계를 단단히 묶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태껏 조사하는 측에 일방적으로 캐물음 당하기만 하던 "질문받는 측", "조사받는 측"이 스스로 붓을 든 순간, 진정한 의미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사 만들기가 시작한 것은 아닐까?
카비라 에이비 씨를 비롯한 이리오모테 섬사람들은, 그러한 시도가 얼마나 풍성한 결과를 낳는지 가르쳐준다.
▲이리오모테시마 악어의 발자취를 찾아서 (3)의 마지막 문단

▲남도잡화에 실린 악어(타룡)과 다른 해양 생물

분명 남도잡화의 아마미 악어 기록에는 폭포 호수나 강 상류에 "원래부터" 악어가 서식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오히려 "옛날부터 산다고 하는 말이 전해지지 않"고, "바다 속에서 매번 육지에 올라"온다고 써있죠. 하지만 아마미 악어와는 달리 이리오모테 악어는 산꼭대기 폭포 호수에 살다가 내려온 것이라는 전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점을 대조되는 특징으로 내세우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버린 담론의 대표적인 예가 "한국 도깨비는 뿔이 없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중을 대변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겠다는 목적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이런 확증편향이나 확대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구전 문학에 대한 해체적인 사고방식도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동남아시아 역사학자이신 하와이 대학교 Liam Kelley 교수님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체코 학자 알베르트 베셀스키(Albert Wesselski) 같은 고독한 선지자는 있었는데, 그는 1930년대 초에 독일 민화 중 일부가 과거의 문헌 기록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밝히고자 했다. 그러나 타이밍이 안 좋았고, 나치 정권은 이 주장이 전파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도서관 전자 카탈로그의 생성과 함께 큰 발전이 이뤄졌고, 그 다음에는 인터넷의 발달이 있었다. 이 기술을 통해 학자들은 유럽의 도서관에 "통속 소설"이 가득하다는 것을 보았고, 이 "싸구려 문학 군"을 통해 이야기가 어떻게 등장하고 전파되는지 조명할 수 있었다.

"구전 이야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제 깨달은 사실은, 농사꾼 한 두 명이 지어낸 이야기를 학식 있는 사람이 듣고 적었을 수도 있지만, 절대 다수의 "구전 문학"은 식자층이 만들어 인쇄술을 통해 퍼졌다는 것이다. 

(중략)

다시 말해, 이야기는 "민중"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식자층이 만들어서 인쇄매체로 전파되고, 전체 과정 상 상당히 늦은 시점에서 까막눈 농민에게 구전으로 전승되곤 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민중"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식자층이 만들어서 인쇄매체로 전파되고, 전체 과정 상 상당히 늦은 시점에서 까막눈 농민에게 구전으로 전승되곤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입 만으로 전승되어 오던 세계"와 "고문서의 세계"가 따로따로 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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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
NHK에서 아래와 같은 시대극이 나온다고 하네요. 미야베 미유키 원작!
(암흑요정 님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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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중생 : 축! 200 포스팅 달성! (악어 포스팅 취합) 2018-04-09 14:4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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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역사관심 2018/02/21 00:41 # 답글

    "이야기는 "민중"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식자층이 만들어서 인쇄매체로 전파되고, 전체 과정 상 상당히 늦은 시점에서 까막눈 농민에게 구전으로 전승되곤 했다는 것이다." -- 상당히 동감합니다. 현재도 이런 일을 자주 보고 있지요.
  • 남중생 2018/02/21 01:19 #

    네, 동감합니다. 이것은 문맹률이 낮은 현대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 울산왜성 2018/02/21 01:33 # 답글

    이전 글들과 같이 '보다 더 과학적인 설명'에 깊이 공감합니다.
  • 남중생 2018/02/21 01:51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우뢰매 2018/02/23 23:20 # 답글

    영상을 보니 영상 만든 사람이 좀;;;

    그냥 괴물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완전히 까발렸군요;;

    이제는 어째서 생겨났느냐가 문제.

    그리고....대마신 카논 같이 되지 않기를;;;

    (돈은 돈대로 먹고, 액션이 너무 적고, 스토리는 좀 늘어지게 해버려서 지루하다고 하죠;;)
  • 남중생 2018/02/23 23:24 #

    동감입니다! 괴물이라는 건 덩치나 파괴력 뿐만 아니라, 그 "정체"가 비밀에 싸여있다는 점도 큰 몫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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