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이리오모테시마(西表島) 악어의 발자취를 찾아서 (2) -- 고문서의 세계로부터 [특집]양자 악어 이야기

지난 포스팅에 이어, 안케이 유우지 선생님의 연재글을 계속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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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오모테시마(西表島) 악어의 발자취를 찾아서 (2) -- 고문서의 세계로부터

안케이 유우지(安渓遊地)

▲그림1

악어는 이리오모테시마 뿐만 아니라, 아마미 오오시마(奄美大島)에도 있었습니다. 막부 말기에 아마미로 유배된 나고야 사겐타(名越左源太)라는 무사가 상세한 그림을 그려넣은 섬의 일상생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헤이본샤(平凡社)의 동양문고(東洋文庫)에 수록된 남도잡화(南島雑話) 상하입니다. 그 기록 속에 사람 키 만한 악어가 생포되는 그림이 실려있습니다. (그림1). 악어는 바닷물 속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양자강(장강)의 하구 어귀에서 쿠로시오(黒潮) 해류를 타고 유구호(琉球弧)[1]의 섬에 표착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2] 
이리오모테시마의 서부에 있는 우라우치 강(浦内川)의 상류에는, 괴물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야에야마 섬의 여러 기록장(八重山嶋諸記帳)이라는 고문서에 의하면 이나바인(稲葉院, 현재의 방언으로는 이나바)라고 불리는 이 일대에서는 미즈사바(水鯖)라는 괴물이 있어, 유(酉日)과 인(寅日)에는 사람이 다니지 않았습니다. 만일 이 날에 이곳을 다가가면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닥쳐 큰 나무를 쓰러트리고 미즈사바가 수면에 떠올라 미쳐날뛴다고 합니다. 이런 장면을 목격한 분별없는 사람은 고열로 앓다가 대개 삼일 내로 죽는다는 것이 섬사람들의 통념입니다.[3] 
이리오모테 섬 서부의 호시타테(干立) 취락에서는 우라우치 강의 타카비지라는 수전(水田)지대 가까이에 괴물이 숨어있다고 하는 전승이 있습니다. 여기를 인간이 헤엄쳐 건너기 전에 먼저 개를 헤엄치게 해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는데, 어느 날 세 마리의 개가 차례로 집어삼켜지는 일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미즈)사바라고 하는 것은 지금 방언에서는 큰 상어(鱶)를 일컫지만[4], 카노카와 만에서의 전승에서 우라우치 강에도 악어가 있었다고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리오모테 섬의 자연이나 사람과 사이좋게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리오모테 에코 투어리즘 가이드북" (문의처, 이리오모테 에코 투어리즘 협회, 전화 098085589)[5]의 일부를 집필했을 때, 저는 이런 상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리오모테 섬의 이야기꾼, 카비라 에이비(川平永美) 씨가 올 4월에 건네주신 새로운 원고를 읽고 저는 기뻐서 펄쩍 뛸 뻔햇습니다. 이리오모테의 악어를 둘러싼 제 상상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거기에 써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리오모테의 사키야마[6] 출신인 카비라 에이비 씨는, 인두세가 폐지된 메이지 36년(1903)생입니다. 올해는 만으로 94세가 되실 겁니다.
대바구니()를 짜거나, 산보를 하면서 유유자적할 때의 짬을 이용해 원고를 쓰는 것이 1980년 경부터 카비라 씨의 습관으로, 그것은 지금도 쉬지 않고 계속하고 계십니다. 이야기를 듣던 때와는 다르게 카비라 씨의 원고에는, 카노카와 마을의 사람들이 숨통을 끊은 악어가 원래부터 우라우치 강의 상류의 마리유두(マリユドゥ) 폭포 호수(滝壷)에 있었다고 하는 전승[7]이 적혀있었다. 화자 자신이 붓을 집어 - 이것은 우리들이 지금 씨름하고 있는 과제인데 - 이 씨름을 통해 수박 겉핥기 식 채담으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기술(深い記述)[8]이 나타나는 것이다. 

 
(안케이 유우지, 야마구치 현립 대학 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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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큐슈에서 대만을 향해 서남쪽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섬들. 아래 해저 지형이 나온 지도를 보면, 왜 호()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2] 충분히 생각할 수 없다. 
쿠로시오 해류는 양자강에서 아마미 섬 쪽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런 루트라고 가정하더라도, 남도잡화의 악어가 출몰한 곳은 아마미의 동쪽 해안이다. 1편에서 언급된 이리오모테 섬의 카노카와 마을 역시 섬의 남쪽에 있다. 두 악어 출몰장소 모두 동중국해를 기준으로 유구호의 바깥쪽에 위치한 것이다. 악어가 양자강 하구에서 동중국해를 가로질러 왔다면 이렇게 되기는 어렵다. 
2017년 11월에도 아마미 섬에 악어 표류 사건이 있었는데, 양자강 악어가 아닌 필리핀 등지의 "바다 악어"가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떠내려왔다는 것이 현대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페이지 하단의 지도 자료 참고.)

[3] 성호사설의 무지기 일화 참조. 괴물의 형태는 다르지만 괴물의 출몰과 동반하는 현상이 유사하다.

[4] 현대 일본어에서 사바는 고등어를 의미하기 때문에, 안케이 선생님이 부연설명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어로 고등어와 같은 발음의 "사바"가 유구 방언으로는 상어라는 것이다. 

[5] 굉장한 영업력이다... 내가 이메일로 문의드렸을 때도 (에코투어리즘 가이드북과는 다른)책 영업하시더라;; 책 자체는 재미있어 보였다.

[6] 이리오모테 섬의 최서단으로, 카노카와 마을 바로 옆이다.

[7] 이 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신빙성 없는 무비판적 주장이다. 
악어가 산 꼭대기 폭포 호수에 살았다는 말을 믿으란 말인가? 이미 다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악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륙에서 바다를 건너온다. 그런데 해안가 및 강 하류가 아니라 상류에 서식했다고?
 

[8] 클리포드 기어츠의 "두꺼운 기술(thick description)"에서 착안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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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양자강 악어의 서식지

▲ 안케이 유우지 선생님의 양자강 악어 표류 가설에 따라 서유기, 남도잡화의 악어 기사 내용을 추가한 지도. 
(쿠로시오 해류의 방향을 거스를 뿐더러, 섬 바깥쪽에 악어가 상륙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1번으로 표시된 것이 쿠로시오의 주 해류


바다 악어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양자강 악어나 샴 악어 등 다른 악어종에 비해 바다 생활에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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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푸른별출장자 2018/03/17 01:55 # 답글

    호주에는 바다 악어 뿐만 아니라 민물 크로코다일이라는 다소 작고 입도 뾰죽한 종류가 사는데
    이 놈들이 호주 내륙의 고립된 호수나 저수지에서 발견되곤 한답니다.
    어떻게 그 곳까지 갈 수 있었는지는 다들 의문이라고 하더군요.

    민물 크로코다일이라는 이름을 가지곤 있지만 바다 생활에도 능한데
    호주에서는 바다 악어에 치여서 민물로 올라 갔나 싶기도 하지만
    바다보다는 민물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그렇다고도 합니다.
  • 남중생 2018/03/17 07:13 #

    감사합니다! 저는 악어가 산을 기어올라갔다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 “원래” 상류 폭포호수에 살던 악어가 강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왔다”는 식의 묘사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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