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느릿느릿 36] 유구의 흔한(?) 관복 착용법 - 이중적인 의복 문화 그 나라의 이름은, 유리구슬


"부귀영화는 백월(百越)의 사람이 예복(章甫)을 잠깐 입은 듯하다."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유구사 전문가, 우에자토 타카시 선생님은 유구인들이 중국식 관복(정장)과 자국 의상(유장)을 상황에 따라 갈아입은 것을 두고,
현대인의 양복 정장과 생활복과 비슷하다는 묘사를 합니다.


전근대 동아시아에서 이와 같은 이중적인 의복 문화가 이상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선 사신 유득공이 남장 사신(으로 가장한 버마 사신?)을 묘사한 내용을 보시죠.

柳得恭, 熱河紀行詩註, 8월 20일,
“흘깃 보니 南掌 사람 하나가 알몸과 맨발에 머리를 풀어헤친 채 얼룩진 베옷을 걸치고 제 맘대로 대성전 안을 다니는데도 꾸짖어 제지하는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 통탄한 일이었다."
(忽見南掌一人, 裸體跣足被髮, 蒙班布被, 貿貿然在殿內行, 無一人禁呵, 可歎.)

출처: 정내원 선생님의 「南掌과 緬甸에 대한 조선 문인의 다면적 인식」中 67 페이지, 주 28 (『국어국문학』 172, 2015)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까? 포스팅에서 소개한 논문과 동일합니다.

▲조선국 사신과 함께 있는 면전 사신 일행. 
얼룩진 베옷(蒙班布被)이란 저 빨간 망토를 말하는 걸까?

▲면전 사신. 유구, 일본, 여송(필리핀), 말라카 등 동남아 각지에서 온 사신과 함께. 
빨간 망토는 여전하고, 무늬가 보여서 "얼룩진 베옷(蒙班布被)"에 좀 더 가깝다.


물론 세미누드로 황궁을 활보하고 다니는 건 조금 심한 케이스라고 하더라도, 중국의 동남/서남 조공국 대다수가 이런 이중적 의복 문화를 이어나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장 차림은 불편하거든요...)

생각해 보면 지금도 그렇지 않나요? 설이 다가오는데, 저희 집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만 양복을 입었다가 끝나자마자 휙 갈아입고는 밥을 먹는답니다. (tanrim 님의 "수트를 입지 않아도 되는 시대의 수트")




한편, 북방 민족의 경우에는 어땠을까요?

니콜라스 비천의 "북부와 동부의 타타르(NOT)"에는 17세기 홋카이도(에조)의 아이누가 하사받은 중국 관복을 입고 생활하는 모습이 묘사되어있습니다. (적륜 님의 먼 이국 북쪽에서 온 비단옷 포스팅 참조)

이 섬의 배후에는, 북쪽으로, 上 또는 高 예소인 오쿠에소(Oku Jeso)의 본토가 있다. 일본인들은 이 땅의 상황과 크기와 모양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다. 몇년 전에 그곳에 발을 디딘 어떤 선원이 보고하기를 그 야만인들 사이에 어떤 사람들은 대단히 좋은 중국산 실크(fijne Sineesche Zydene)를 입고 있었는데, 그로 미루어 보면 반도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다츠(Daats) 즉 타타르와 대단히 가까운 곳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NOT pp. 63)

두번째 기록 역시 NOT의 기록인데, 1643년의 카스트리쿰호가 홋카이도의 아케시만에서 상륙한 뒤 관찰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아퀘이(Acqueys = 아케시) 지역의 에조인들에 대한 설명이 먼저 나옵니다. 대체로 상당히 일본화된 풍습들입니다) 그들은 일본식으로 젓가락을 사용한다. 다만 북위 48도 50분에 사는 이들은 제외이다. 이들은 여전히 일본식으로 머리를 밀기는 하며 또한 실크 스커트(zyde rokken)를 입고 피부가 좀더 희고 언어는 다른데, 젓가락을 쓰지않고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다. (NOT pp.135)

북방에서 생활하기에는 비단옷이 따뜻하고 나쁘지 않았나봅니다.^^

▲ 에조니시키(실크 스커트) 위에 러시아 외투를 걸친 아이누 추장. 이추열상(夷酋列像, 1790)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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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한편, 카스트리쿰 호와 함께 탐험에 나섰던 브레스켄스 호는 일본 북부 야마다에 표착하고, 그 선원이 입고 있는 실크는 현지 일본인의 호기심을 자극하였으니... (스타킹으로 대동단결! 포스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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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바람불어 2018/02/12 23:29 # 답글

    저기서 타타르(Daats)는 몽골이나 중국(의 다른 이름?)을 가리키는 건가요?
  • 남중생 2018/02/12 23:39 #

    청나라 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주 지역 혹은 시베리아 동부로 이해하면 되실 것 같습니다!
  • 바람불어 2018/02/13 00:05 #

    감사합니다. 대략 홋카이도 맞은 편의 중국,러시아쪽 대륙을 가리켜서...
  • 남중생 2018/02/15 21:49 #

    넵! 링크 걸어놓은 적륜재 포스팅과 관련 시리즈를 읽어보시면 당시의 지리 관념이 더 잘 이해되실겁니다.^^애초에 저 기록을 남긴 네덜란드인들부터가 상상의 땅을 찾아서 항해를 하던 중이었거든요;;;
  • 迪倫 2018/02/14 08:16 #

    Daats는 韃子의 중국어 발음을 옮긴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중근세 유럽에서는 소아시아 너머는 모두 타르타르라고 하기도 했으니 약간은 부정확한 표현이기는 합니다만, 여기서는 청나라 만주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전할 것입니다.
  • 남중생 2018/02/14 11:43 #

    적륜 님, 설명 감사합니다~!!
  • 나인테일 2018/02/13 10:10 # 답글

    조선만 해도 저 정도의 갭은 아니었지만 양반님들도 퇴근하면 관복 벗고 갓+두루마기 차림의 전형적인 조선 젠틀맨으로 변신하기 바빴죠.
  • 남중생 2018/02/13 17:19 #

    오옷, 그렇군요! 황희 정승의 "양털 내의" 일화가 생각나네요^^
    (http://gnscedu.sen.go.kr/CMS/openedu/openedu03/openedu0304/1237528_36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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