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느릿느릿 유구史 만화] 오키나와의 돼지는 폴리네시아 전통일까? 그 나라의 이름은, 유리구슬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류큐"라는 명칭을 꺼립니다. 일본어 한문 발음으로 부름으로써 오키나와 지역의 역사를 (현대) 일본사에 무의식적으로 편입시킨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한문 발음인 "유구"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하고, 근세/근대기에 그곳을 직접 방문한 서양인들의 루추(Loochoo)라는 발음도 좋습니다. 다만 후자의 경우, 인지도가 낮다보니 아무래도 "유구" 혹은 "유구국"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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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의 집돼지 포스팅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키 (安芸) 지방 히로시마(広島) 성 아래는그 번화미려(繁華美麗)하기가오사카(大阪) 서쪽에는 비견할 땅이 없다그 마을에 돼지가 많다모습은 소가 작은 것 같은데살이 쪘고 색이 검으며털은 듬성듬성한 것이다교토() 따위에 개가 있듯이집집마다 마을마다 처마 밑에 많다다른 지방에서는 귀한 것이다나가사키(長崎)에도 그것(돼지)들은 적다이것은 그 땅에서 식용으로 쓰는 까닭에많지 않다고 여겨진다중국 등지에는 많이 길러서식용으로 하는 것이다유구(琉球)에도 많다고 한다.

[원문]

安芸あきのくに広島ひろしまの城下、其繁華美麗なる事、大阪より西にてはならぶ地なし。其町にぶた多し。形牛の小さきがごとく、肥ふくれて色黒く、毛はげてふつつかなるものなり。京などに犬のあるごとく、家々町々の軒下に多し。他国にては珍しき物なり。長崎にもあれどもすくなし。是は彼地食物のようにするゆえに、多からずと覚ゆ。唐土などには多く飼そだてて、食用にする事なり。琉球にも多しとい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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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 때문에 적륜님께서는 "오키나와 요리는 돼지고기가 많이 쓰인다고 하는게 이미 이때도 유구에는 많다고 하는군요. 이건 역시 폴리네시안 계통의 돼지사육과 연관되는 것일까요. 제주도도 그 끝자락일지....재미있습니다!"라고 의문을 제기하셨죠.

물론 제 머릿속에서 망상타래는 이미 제주도는 훌쩍 뛰어넘어...
작제건이라던가, 왕건 할아버지라던가, 신라구(新羅寇)의 다민족성과 오스트로네시안 설화라던가!!!

작제건이 칠보를 가지고 장차 돌아가려 하자 용녀(龍女)가 말하기를, ‘아버지에게 있는 버드나무 지팡이와 돼지는 칠보보다 나은 것이니, 어찌 요청하지 않으시는지요?’라고 하였다. 작제건이 칠보를 돌려주며 청하기를 버드나무 지팡이와 돼지를 얻기를 바란다고 하니, 노인은 ‘그 두 가지는 내가 가진 신통(神通)이오만 그러나 그대가 요청함이 있으니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 하면서 〈칠보에〉 돼지를 더해 주었다. 이에 〈작제건이〉 옻칠한 배에 올라 칠보와 돼지를 싣고 바다를 건너 순식간에 바닷가에 닿아보니 곧 창릉굴(昌陵窟) 앞의 강가였다. 배주정조(白州正朝) 유상희(劉相晞) 등이 〈이를〉 듣고 말하기를, ‘작제건이 서해의 용녀에게 장가들고 오니 참으로 큰 경사입니다.’라고 하면서, 개주(開州)·정주(貞州)·염주(鹽州)·배주 4주와 강화현(江華縣)·교동현(喬桐縣)·하음현(河陰縣) 3현의 백성들을 거느리고 와 〈그를〉 위해 영안성(永安城)을 쌓고 궁실을 지어주었다.
용녀가 처음 오자 바로 개주(開州)의 동북쪽 산기슭에 가서 은그릇으로 땅을 파고 물을 길어 썼는데 지금 개성(開城)의 대정(大井)이 그곳이다. 〈거기서〉 1년을 살았는데도 돼지가 우리에 들어가지 않자 이에 돼지에게 말하기를, ‘만약 이 땅이 살 만하지 않다면 나는 장차 네가 가는 바를 따르겠다.’라고 하였다. 이튿날 아침 돼지가 송악(松嶽) 남쪽 기슭에 이르러 드러누우므로 드디어 새 집을 지으니 곧 강충(康忠)의 옛집이었다. 〈작제건이〉 영안성을 오가며 산 것이 30여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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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항상 즐겁죠^^
하지만 상상은 그만 두고, 전공자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류큐에서 태어나셔 류큐대학에서 류큐사를 전공하신 우에자토 타사키(上里隆史) 선생님의 느긋한 유구史만화(원제: ゆるゆる琉球史マン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유구국에서 (일본과 달리) 돼지를 즐겨 먹은 건 사실입니다.

"In the market place, business boomed. Several hundred lower-class women sat behind baskets and counters and offered pork and chickens and various vegetables: beans, [sweet] potatoes, onions, cucumbers, and others."
 (Wilhelm Heine, With Perry to Japan)

하지만 여기엔 슬픈 전설이 있었으니...

유구풍속도는 19세기 자료! 
(페리 제독의 항해도 마찬가지)

돼지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건 1713년!

이태리 음식의 토마토와 한국 음식의 고추는 신대륙 작물!
하고 좌절하다가,

많이 키우기 시작한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옛날부터 키우던 폴리네시안 전통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라고 생각하고 좀더 알아봤으나...

선사시대에 오키나와에서 먹은 건 멧돼지더군요ㅠㅠ
뭐, 그렇습니다...
오키나와의 돼지고기는 근세에 와서 조공 무역체제와 더불어 만들어진 전통인거죠. 
모든 전통이 그렇듯이 말이에요. 훌쩍...

아니 것보다 산호초에서 자라는 거대조개 먹을 수 있는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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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다시마는 없다... 왜냐면 다시마는 따뜻한 바다에서 자라지 않으니까.
적륜 님의 다시마의 맛! 昆布の味! 포스팅 참조.
(배신에 이은 배신)

핑백

  • 남중생 : [느릿느릿 유구史 만화] 오키나와 고두러 2018-02-05 19:29:23 #

    ... 아구-(오키나와 돼지) 이야기가 의외로 인기가 좋군요...기왕 "느긋한 유구史 만화"를 번역하기 시작한 김에 "고양이 편"도 이어 번역해보죠.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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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진냥 2018/02/05 01:13 # 답글

    아구- 맛있ㄱ.. 귀엽네요.
  • 남중생 2018/02/05 01:21 #

    아구- 하고 우는 게 제일 귀엽죠 (만화니까...)
  • 하니와 2018/02/05 23:09 # 삭제 답글

    그런 시각에서 제일 나쁜 이름은 오키나와 겠죠?
  • 남중생 2018/02/05 23:44 #

    저도 그렇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명나라로부터 "유구"로 책봉되기 전에 자국을 오키국(나와 = 영역)이라고 부른 예가 있어서 섣불리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내가 묻기를,
    “개국(開國)하기 이전에는 무슨 나라였습니까?”
    하니, 유구 사신이 답하기를,
    “오기(吾氣)라는 국명을 가진 나라인데, 국운을 누린 것이 겨우 1백 년일 뿐입니다.”
    하였다. 내가 묻기를,
    “오기국(吾氣國) 이전에는 무슨 나라였습니까?”
    하니, 유구 사신이 답하기를,
    “오기국 이전에는 문자가 있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해 기록해 놓은 서적이 없습니다.”
    하였다.
    - 지봉집, 유구사신증답록
    (http://db.itkc.or.kr/dir/item?itemId=BT#/dir/node?dataId=ITKC_BT_0273A_0100_010_0040&solrQ=query%E2%80%A0%EC%9C%A0%EA%B5%AC,%20%EC%98%A4%EA%B8%B0%EA%B5%AD$solr_sortField%E2%80%A0%EA%B7%B8%EB%A3%B9%EC%A0%95%EB%A0%AC_s%20%EC%9E%90%EB%A3%8CID_s$solr_sortOrder%E2%80%A0$solr_secId%E2%80%A0BT_AA$solr_toalCount%E2%80%A01$solr_curPos%E2%80%A00$solr_solrId%E2%80%A0BD_ITKC_BT_0273A_0100_010_0040)
  • 하니와 2018/02/06 13:40 # 삭제

    오키 라는 말 자체가 (육지 기준에서) 먼바다,난바다 란 뜻인데, 자기 나라를 그렇게 부른다는게 우습죠.
  • 다른 의미론 2018/02/06 19:24 # 삭제

    이미 그때 열도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말도 되니까 어떻게 부르든 자기 마음이고 다 쓸데 없는 짓이죠 명나라가 어쩌고 조선과 교류가 어쩌고 해도 결과는 일본입니다
  • 남중생 2018/02/06 21:01 #

    우선 하니와 님의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남이 부르는 호칭을 내재화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조선"이라는 국호는 건국 왕조가 중국과 독립된 주체적인 왕국(단군조선)이라는 의도로 제시한 한편, 중국이나 조선 유학자 입장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책봉받은 정통성(기자조선)을 부여한다는 의미였죠.

    "고려"는 분명 더 오래된 지역언어에 뿌리를 둔 국명이지만, 이후 "산고수려"(山高水麗, 산이 높고 물이 아름답다)는 뜻으로 와전되었습니다.방언으로 된 국호는 창피한 것이고, 한문으로 된 멋들어진 국호를 갖는 것이 선호되었기 때문이죠.

    유구 또한 명나라에서 책봉을 한 이름이고 구체적인 유래는 모호한 상황입니다. 오키나와의 정확한 어원과 본뜻에도 여러 학설이 있습니다. ("오키"는 말씀하신대로 "먼바다"의 뜻이 맞습니다. 그러나 유구방언으로는 "우치나-"라고 읽습니다. 이것이 원래 지역어에서는 다른 의미였는데 일본어 발음에 맞추어 "오키나와"가 된걸지도 모르죠.)

    저는 오키나와/유구 지역 사람들이 스스로를 (중국의 琉球-Liuqiu와는 다른) 루추(Loochoo)/시만츄-(섬사람)/ 오키국 등으로 부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외국에서 유래했는지 여부는 크게 상관 없습니다. 지구 상에 그 어떤 민족이나 국가도 땅에서 솟았거나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는 역사적 "순결주의"(우리 민족 고유의 신토불이 크으...)에 반대합니다.
  • 남중생 2018/02/06 21:22 #

    다른의미론 님//
    유구국은 1609년에 일본 사츠마 번의 침공을 받고 속번으로 전락합니다. 그러나 2년 만인 1611년에 고대사 인식까지 송두리채 바뀌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보다 이전부터 일본의 영향은 있었습니다. 유구는 일본을 상대로 조공무역을 행하는 국가였죠. (하지만 조선을 상대로도 조공무역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구사신은 조선 정5품에 해당했죠.)

    저도 유구국에 대한 일본의 영향이 컸다고는 생각을 하지만, 유구사신들이 1611년에 말하고 있는 오기국은 영조왕통(1259?-1349)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https://ja.wikipedia.org/wiki/%E8%8B%B1%E7%A5%96%E7%8E%8B%E7%B5%B1) 해당지역 최초의 왕조를 자체적으로 인식하고, 역사서에 기록하거나 외국인에게 소개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장 오래된 기록을 살펴보면 636년의 "유구", 779년의 "오키나와(阿児奈波)"라는 호칭이 남아있습니다.

    다른의미론 님 말대로 어떻게 부르든 자기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에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쪽 호칭을 선호한다는 것은 제 의견이고 제 선호일 뿐,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글머리에 이를 언급한 이유는 "유구"라는 호칭을 낯설게 느끼실 분들을 위해 미리 말해놓았을 뿐입니다.^^
  • 迪倫 2018/02/06 12:52 # 답글

    아, 폴리네시아 전통의 돼지고기가 아니었다니 대실망 ㅠㅠ

    ㅎㅎㅎ 그나저나 오키국이라니 저도 앞으로 유구라고 적어야 하는가 고민이 되는군요...
  • 남중생 2018/02/07 00:40 #

    ㅠㅠ 하지만 적륜 님과 저의 ☆환상☆을 조금이나마 보충할만한 사료도 찾았으니 곧이어 소개하겠습니다!^^

    아마 100년 정도 존속했다는 오키국(吾氣)은 중산왕국의 가장 오래된 왕조인 "영조왕통(英朝王統)"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시기를 근세 유구국 지식인들이 "오기국/오키국"이라는 중산국/유구국과 구분되는 국가/정치체로 인식했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https://ja.wikipedia.org/wiki/%E8%8B%B1%E7%A5%96%E7%8E%8B%E7%B5%B1)
  • 2018/06/12 12:3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남중생 2018/06/12 17:25 #

    안녕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직접 그린 것은 아니고, 우에자토 타카시 선생님의 만화를 번역해서 올린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일본어로는 출판되어있지만, 한국어 번역본은 따로 없습니다.
    http://foreign.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0660940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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