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20세기 캐나다의 식민주의: 선주민을 양처럼 길들일 수만 있다면...? 있잖아, 근대

날씨가 춥네요.
캐나다에서 히말라야산 야크를 기르려던 시도를 소개하겠습니다.^^
캐나다 신문 The National Post의 2017년 12월 29일자, 그러니까 약 한 달 전 기사입니다.

한국의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에 가면 이런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호주에 낙타가 살던가...? 알고보니, 19세기 호주 골드러시 당시에 중동 지역 및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수입해 왔다고 합니다. 그 이후, 내연기관이 도입되고 황금열기는 사그라들면서 호주의 아웃백에는 야생화된 낙타 떼만 남게 된 것이지요... 현재 전세계에서 낙타 개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호주입니다.ㄱ- 
인간의 사정 때문에 동물이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수난사를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로버트 리(Rhee), 도라에몽, 그리고 창덕궁 포스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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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의 요지는 퀘벡(Qubec)주 북부의 언게이바 만(Ungava 灣)에 사는 이누잇이 야크를 기르게 하는 것이었는데, 이들을 전통적인 삶으로부터 떼어내려는 후기-식민주의적인 의도에서 나왔다.


자초지종을 따져볼 때, 모든 탓을 마틸다에게 돌리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사건 끄트머리에야 도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틸다가 불임이라는 것은 본인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굴곡 많은 대서사시 중에서도 어쩌면 마틸다의 인생사가 가장 이해하기 쉽다. 그러니 마틸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뭐니뭐니해도 그녀는 이 이야기의 희생양(혹은 희생야크)이라고 불릴 만하기 때문이다.

마틸다는 캐나다의 극지방에 인도 야크를 수입하려는 황당한 계획의 후반부에 캐나다 정부가 구입한 사육종 야크 세 마리 중 하나였다.  

그 계획은, 몬트리얼 대학 역사학 교수 데이비드 메렌이 최근 HIstoire Sociale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상기되어 있듯이, 퀘벡(Qubec)주 북부의 언게이바 만(Ungava 灣)에 사는 이누잇이 야크를 기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이누잇을 전통적인 삶으로부터 떼어내려는 후기-식민주의적인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다.

반전을 더하자면, 캐나다 정부는 이 계획을 이용해 신생 독립국 인도와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었다. 당시 북방지역과 천연자원부 장관(minister of Northern Affairs and Natural Resources)였던 장 르사주(Jean Lesage)는 심지어 루이 생로랑(Louis St. Laurent) 수상에게 인도 수상 자와할랄 네루와의 양자회담 때 이 사안을 언급해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캐나다가 인도에게 제공해온 지원을 이렇게라도 되갚을 수 있다는 것은 네루 수상과 인도 국민에게 매력적인 제안일 수도 있습니다." 르사주가 생로랑에게 쓴 편지의 내용이다.[1]

메렌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위와 같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편지글과 정부 내부기록을 발견한 것인데, 결국 생로랑 수상은 이런 제안을 할 기회를 못 잡았다고 한다. 이 임무는 외교단원들에게 넘겨졌다.

메렌 교수는 야크 계획이 1953년, 카맨(Carman)이라는 축산 전문가가 정부로부터 할양 받은 오타와(Ottawa) 시의 실험 농장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카맨은 맥길 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던 마리오리 핀들레이(Mariorie Findlay)가 출범시킨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획에 착수한 것인데, 극지방 주민이 양 목축을 하게 만들어서 카리부 순록 개체수의 급감에 대처하자는 것이었다.

맥길 대학교 도서관에서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는 핀들레이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언게이바 만의 이누잇과 핀들레이의 또다른 연구대상이었던 그린랜드 선주민을 비교하였다. 핀드레이는 이누잇을 주류 캐나다 사회에 서서히 흡수할 계획을 제안했는데, 이중에는 이누잇에게 양을 시험적으로 기르게 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메렌의 연구에 따르면, 카맨은 해당 지역의 지형을 고려햇을 때 야크가 보다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히말라야 야크가 캐나다에서 번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최초의 사람이 카맨은 아니었다. 사실 국제야크협회(IYAK) 소속 역사학자 다이앤 래토나(Diane Latona)에 따르면, 그 당시 캐나다인은 이미 50년 이상이나 야크를 (대개 실패로 이어졌지만) 길러왔다는 것이다.

래토나가 저술한 "북아메리카 야크의 역사(History of the North American Yak)"라는 책에서 그녀는 1907년 당시 캐나다 총독이었던 그레이(Grey) 백작[2]이 영국의 식민지 내무장관(Secretary of State for the British Colonies)에게 쓴 편지글을 인용한다. 이 편지에서는 티벳 야크를 캐나다로 수입하는 계획을 언급한다. 캐나다 문서보관소(Canadian Archives)에는 이듬해 11월 10일자 "야크 수송" 기록이 남아있다.

20세기 전반 캐나다 야크 사육의 중심지는 앨버타(Alberta) 주 웨인라이트(Wainwright)였다. 수십년간 웨인라이트에 지어진 시설에서 과학자들은 야크를 바이손(버팔로, 들소)과 소와 교배시키려고 하였으나, 성공률은 몹시 낮았다. 워싱턴 주에서 직접 야크를 사육하는 래토나에 의하면, 살아남은 야크/버팔로/소 잡종은 번식하지를 못했다. (래토나는 스스로를 "야크 집사crazy yak lady"라고 소개한다.) 수컷은 하나같이 번식능력이 없었다. 또한 나이가 든 야크는 앨버타의 겨울에 적응하지 못했고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추가적인 보호소와 식량이 필요했다

이와 같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연방 정부는 몇 십 년 뒤 퀘벡 북부로 야크를 보낸 새로운 계획에 착수했다. "야크를 추천하오": 콜롬보 계획, 언게이바의 이누잇, 캐나다의 북방 '개발'("Commend me the Yak": The Colombo Plan, the Inuit of Ungava, and 'Developing' Canada's North)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메렌 교수는 제3세계를 개발하고자는 하는 식민주의적인 계획과 (그 계획을 뒷받침한) 캐나다 스스로가 북방지역에서 겪었던 어려움 사이의 상호작용을 상술한다. 

그러나 야크 소동은 결코 결실을 맺지 못했다. 우선, 농산부(Department of Agriculture)가 "구제역 등의 전염병"에 대한우려를 제기하며 1954년 야크떼를 인도에서 들여오는 계획을 거부했다.

놀랍게도 계획은 곧 되살아났다. 1956년에 캐나다 정부는 미국 뉴욕주의 캐츠킬 사육장에서 마틸다를 포함한 야크 세 마리를 구입했다. 오타와의 사육 시험장에서 이 세 마리를 거대한 개체군으로 번식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이것 또한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우선 마틸다는 불임이었다. 마틸다를 대체할 암컷을 구입한 다음에도 번식 속도가 너무 느렸다. 메렌 교수에 따르면, 야크 세 마리가 야크 떼가 되려면 수십 년이 걸렸을 것이다.

한편 1960년에는 수컷 두 마리와 암컷 네 마리로 불어난 야크 가족이 에드먼턴 시 교외에 위치한 알 외밍(Al Oeming) 사육소로 운송되었다. 외밍 씨의 아들, 토드 씨에 따르면 이 여섯 마리는 그곳에서 40마리의 야크 떼로 불어났다.

래토나 씨는 언게이바 계획이 성공했을 가능성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인 의견을 보인다. 야크는 극한의 추위를 견딜 수 있으나, 그리 하기 위해 엄청난 열량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만한 양의 건초를 당시의 포트 치모(Fort Chimo, 현 지명은 Kuujjuaq)까지 운송하는 것은 재정면에서 재앙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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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디국을 상대로 간디를 시전하다니...
▲1960년대의 장 르사주.

캐나다: 우리는 영국의 잔혹한 식민통치 아래 함께 고통받은 동지죠. 우호관계를 도모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인도: 뭐...?
캐나다: 순순히 야크를 내놓으면 원조를 끊지는 않겠습니다. 
영국: 캐나다야, 무슨 짓이냐?
캐나다: Succeeding You, Father.

[2] 4대 그레이 백작, 알버트 그레이. 그러니까, 얼그레이(Earl 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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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동북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인삼을 자연환경이 비슷한(?) 캐나다에서도 찾아보려고 한 기록은,
적륜님의 17-18세기 인삼을 둘러싼 모험 시리즈 中
포스팅을 참조.

P.S. 2
인도차이나에서 프랑스 식민당국의 "마음 사로잡기" 계획에 대해서는,

핑백

  • 남중생 : 낙타를 닮은 소? 산에 사는 양? 2018-04-10 04:13:42 #

    ... =============================================================== P.S.낙타와 버팔로하면 또 20세기 캐나다 정부의 대담한 계획을 언급할 수 밖에 없죠! ... more

  • 남중생 : 동물 공간과 짐승 공간 2018-09-23 20:15:55 #

    ... 괴롭히던 요승을 쏘아죽이고 나니 변신한 여우였다는 거타지/작제건 설화가 연상되네요.^^ P.S. 2 캐나다에서 야크/버팔로/소 잡종을 만들어 사육하려던 이야기는 이전 포스팅 참조. ... more

덧글

  • 진냥 2018/01/31 19:03 # 답글

    결국 마틸다는... 마틸다는 어떻게 되었지요??!! 마틸다!!!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동티벳에 갔을 때 야크 불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동행들이 제육볶음을 더 드시고 싶어하여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아쉽네요.... 츄릅.
  • 남중생 2018/01/31 22:43 #

    엇, 제육볶음은 야크고기가 아니었나보군요ㅠㅠ
    마틸다 이야기는 아마 메렌 교수의 논문에 더 자세히 나와있지 않을까 싶은데... 유료라서 아직 확인을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 홍차도둑 2018/01/31 22:19 # 답글

    머...미국은 모하비 사막에서 낙타를 길러서 낙타부대(진짜 군제 편제)를 만들려고도 했고...

    PS:로 엮어준 블로그는 제가 이글루를 쓰면서도 몰랐던 블로그입니다.
    그때쯤 한국의 히스토리채널에서 방송해 준 것이 '애팔래치아의 무법자들' 이라는 프로그램인데 이게 애팔래치아 산맥에 자생하는 인삼캐는 심마내들의 이야기인데 딱 그때 알았으면 글쓴 분께 해당 프로그램을 알려드렸음 시너지가 팍팍 났을거라는 생각이 늦게나마 들게 되는군요.
  • 남중생 2018/01/31 22:44 #

    애팔래치아의 심마니!!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녹화분량이라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사실, 캐나다의 야크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호주의 낙타 때문입니다. 정작 그 이야기를 안 써놓았네요!ㅋㅋ
    기억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홍차도둑 2018/01/31 22:51 #

    http://www.history.com/shows/appalachian-outlaws

    방송 소개입니다.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자라는 야생 파낙스-진생(이거 뜻이 '만병통치약-인삼' 이 되더만요) 을 캐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야생으로 큰다고는 하지만 땅주인이 있는 땅이고 그 땅주인도 산삼 캐서 사는 사람이고 해서 완전 전쟁 수준이더군요(M4 라이플에 콤포지션 폭약도 등장). 그걸 또 모아서 중국 약재상에 파는 사람들의 경쟁이나 여러 이야기들도 있는 것으로 시즌1.시즌2가 한국에 방송되었습니다.
  • 남중생 2018/02/01 01:47 #

    오오오옷,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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