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17세기 스웨덴의 마녀재판은 어떻게 달랐을까? [특집] 뱀, 여자, 위험한..

17세기 프랑스 마녀재판과 영국 마녀재판의 차이에 이어서, 스웨덴 마녀재판 이야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중세 블로그 medievalists.net의 2년 전 기사 스웨덴의 마녀재판: 이웃 좋다는 말이 괜히 있나?!를 번역합니다. 

"스웨덴의 마녀재판은 근세의 마녀 고발 현상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마녀 고발은 문제를 해결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접근불가능한 소규모 공동체 내에서 개인적인 고충와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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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우스 마그누스 - 마녀의 모습, 16세기


스웨덴의 마녀재판: 이웃좋다는 말이 괜히 있나?!

같은 층이나 같은 단지에 사는 "그 이웃"은 누구에게나 있다. 아예 화성으로 이사를 가서 영영 볼일이 없었으면 하는 이웃 말이다. 근세 스웨덴인들은 귀찮은 이웃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중세 후기(late medieval)와 근세(early modern)의 마법과 마녀재판이라고 하면 우리는 끔찍한 탄압과 재판 그리고 집단 화형식을 떠올린다. 스웨덴에서의 상황은 유럽 다른 지역의 마녀재판과 다소 달랐다. 스웨덴 마녀재판은 사형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몇몇 사례를 보면, 마녀를 지목하는 것이 심각한 범죄고발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이웃 간의 갈등을 정리하거나 해결하는 방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웃 좋다는 말이 괜히 있나? (With Neighbours Like These, Who Needs Enemies?)

페르 쇠를린(Per Sörlin)은 근세 스웨덴의 마녀에 관한 논문에서 마녀 고발이 작고 촘촘한 공동체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이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주민 간에 사소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식 방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다툼이 금새 마녀행위 고발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웃으로부터의 모욕적인 언사, 사유지 경계에 대한 말다툼, 시장에서 물건값을 두고 벌인 실랑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 사고에 대한 핑계, 혹은 단순히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미움받은 사람 등 그 어떤 것이라도 마녀고발을 유발할 수 있었다.

이웃사촌이 여러분을 마녀재판에 끌고 나올만한 흔한 이유를 알아보자. 여기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올라우스 마그누스, "북방인의 역사(Historia om de nordiska folken)". 3권 – 21장 (마녀의 처벌에 대하여) 1555.

이웃끼리 돕고 살아야지... 쯧쯧! 그래, 넌 마녀인게 틀림없어!

다음부터 이웃이 물건을 빌려달라고 문을 두드리면, 거절하기 전에 아래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스웨덴 마녀재판에서 가장 전형적이고 흔하다고 할 수 있는 고발 이유는 간단한 부탁을 거절한 것에 대한 보복에서 나왔다. 불우한 페데르 욘손(Peder Jönsson)은 사악한 이웃인 엘린 암뵨스도테르(Elin Ambjörnsdotter)가 갓 출산한 페데르의 아내에게 양배추를 조금 달라며 방문했다고 증언했다. 페데르의 아내가 이를 거부하자, 엘린은 “아이가 속깨나 썩이겠군."이라고 궁시렁댔다. 3일 후, 아이는 죽었다. 끔찍한 일이다. 심지어 페데르가 엘린의 눈 밖에 난 적은 처음이 아니었다. 페데르가 담배를 주지 않자, 엘린은 그의 삶을 힘들게 만들겠다고 했다. 이 말은 곧 실현되었는데, 페데르의 말은 비명횡사했고 페데르는 아무런 이유 없이 앓고 피를 토했다. (페데르의 논리에 따르면) 엘린 암뵨스도테르(Elin Ambjörnsdotter)의 부탁을 아무도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가 마녀이기 때문이었다. 화가 난 이웃과 날을 세우는 경우는 페드로 이외에도 많았다. 스웨덴의 마녀재판에서는 부탁을 거절한 사람이 부탁한 사람의 악의에 피해를 입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오늘의 교훈: 순순히 양배추를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소가 도망쳤고, 나는 감기에 걸렸고, 우리집 개도 죽었어…넌 마녀인게 틀림없어!

자신이 처한 상황이 흔치 않을수록 마녀의 행위라고 주장하곤 했다. 1630년, 한 농부가 같은 마을 주민을 비난했다. 그가 (마녀로부터 당한) 손해라고 여긴 것들을 나열하자면 기르던 소가 죽었고, 또다른 소 한 마리는 바위에서 떨어져 다쳤고, 개 한 마리가 그의 거위를 물었으며, 또한 자식들은 병에 걸렸다. 이와 같은 불우한 사건의 집합은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그저 불행의 연속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마녀 고발로 이어졌다. 자신의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이 농부는 동일 사건을 재현해보았다. 그랬더니 개가 풀렸을 때 농부의 양만 네 마리를 죽이고 다른 사람 소유의 양은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우연일까? 농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의 교훈: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봤자, 마녀는 못 막는다.

 ▲폭풍을 일으키는 마녀, 올라우스 마그누스의 "북방인의 역사(Historia de gentibus Septentrionalibus)" 라틴어 판, 1555.

내가 말에서 떨어졌으니…넌 마녀인게 틀림없어!

스웨덴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절대로 본인 과실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절대로. 어떤 불행이 닥치든 이웃에 사는 어느 못된 마녀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퇴거 명령을 전달한 뒤 낙마해서 다리가 부러진 불쌍한 바르토프타(Vartofta) 마을의 보안관의 사례도 그랬다. 그의 생각으로는, 그는 분명 마녀에게 혼쭐이 나고 있는 것이었다. 또다른 사례에서는 요한나 한스도테르(Johanna Hansdotter)라는 사람이 법정에 불려나왔는데 그녀 또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고발되었기 때문이다. 증인은 낙마해서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었다. 그는 사고 발생 전에 요한나에게 무례하게 굴었으며 요한나가: “오냐, 내가 혼쭐을 내주마”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말그대로 혼쭐이 난 셈이다.…그러니 자연히 그의 낙마는 요한나에게 무례하게 굴다가 돌려받은 보복이었다. 오늘의 교훈: 마녀에게 무례하게 굴지 말자. 그리고 특히 말을 타고있을 때는 마녀에게 무례하게 굴지 말자.

스웨덴의 마녀재판은 근세기의 마녀 고발 현상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마녀 고발은 문제를 해결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접근불가능한 소규모 공동체 내에서 개인적인 고충와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사고, 병치레, 언쟁, 부탁 거절 이후에 고발을 당했다. 이러한 마녀재판은 심각하지 않았으며 유럽 본토에서처럼 과도한 박해나 처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자.

~산드라 알바레즈(Sandra Alvarez)

출처: Per Sörlin, “Witchcraft and Casual Links: Accounts of Maleficent Witchcraft in the Göta High Court in the Fifteenth and Sixteenth Centuries”,Arv: Scandinavian Yearbook of Folklore, Vol. 6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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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마녀인게 틀림없어!"



P.S.

전근대 동아시아 지역사회에서 "귀신"의 괴롭힘을 중앙권력에 호소하는 사건에 대해 유사한 해석을 내놓은 Judith Boltz의 Not by the Seal of Office Alone! 참조.

P.S. 2
올라우스 마그누스의 "북방인의 역사"는 적륜 님의 포스팅 1555년 헤링, 그리고, 북국(北國)에서 온 어느 망명객.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적륜 님께서는 "북국인(北國人)의 역사"라고 번역. 
일본에서는 "북방민족문화지(北方民族文化誌)"라고 번역한다. (2018. 0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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