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까? 용틀임하는 동아시아 근세

적륜님께서 연경의 하란국 조공 사절단과 조선 연행사가 만남의 광장... 에서 함께 입조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과연 네덜란드인과 조선인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에 해당하는 기록은 아직 못 찾았는데,
아무래도 조선 연행사와 하란 연행사 사이의 거리는 너무 먼 것입니다!
(안남국이 훼방을 놓고 있어!!) 

그렇다면 조선국 사신은 (바로 앞에 서있는) 면전국 사신과는 교류가 있었을까요?

물론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dbpia의 조선 선비를 기겁시킨 동남아 ‘남장국南掌國’의 밀매품은?에 나와있는데요. 

(dbpia같은 논문 제공 사이트가 단순히 아카이브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체적인 컨텐츠를 통해 지식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작업은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면전국(버마)은 조선인들에게 그다지 큰 임팩트를 남기지 않고, 면전의 속국이면서 중국에게는 따로 조공을 바치던 남장국(지금의 라오스) 사신과는 자주 만났습니다. 

면전이 청나라와 국경분쟁 등으로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에 면전에게는 정해진 조공 주기가 없었습니다. 반면 남장은 크게 위협이 안 되는 소국이었기 때문에, 면전이 남장을 통해 조공무역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도 합니다. 일본이 유구를 통해 조공무역을 한 것처럼 말이죠.

제가 이런 의심을 하는 이유는 바로 남장 사신들의 면전의 전매특허 아이템을 영업하기 때문입니다.


“남장南掌 사람은 매우 독하다. 고북구의 남천문 위에서 우리나라의 마두 한 사람이 우연히 성 아래로 침을 뱉었는데 때마침 남장 사람이 그 아래를 지나다가 얼굴에 맞았다. 그 자는 화를 내며 옷을 벗고는 자신의 성기를 흔들어대면서 올려다보고 무어라 무어라 지껄이는 것이었다. 그 사람들은 또한 음탕하다. 원명원에 있을 때 남장 사신이 역관을 통해 우리들에게 한 물건을 팔고자 했다. 그가 합盒 하나를 꺼내니 매미처럼 찌륵찌륵 우는 것이 청동 기물에 들어 있었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더욱 울어댔는데 팔뚝으로 이어지더니 가슴에 와 잦아들었다. 물으니 그것은 이른바 면령緬鈴이란 것이었다. 동그랗고 입구가 없으며, 작은 호두 크기만 한데 겉면에는 금이 입혀 있었다. 금․은․동 세 물질을 녹이고 두드려 81개의 조각으로 만들어 봉합한 것으로 속에 작은 구슬이 있으니, 찌륵찌륵 소리가 났던 것은 그 구슬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용도를 물어보니 매우 외설스러웠다. 남장의 추잡함이 모두 이와 같았다.” (1790, 유득공)

그러니까...

남장 사신: "하... 이게 참 좋은데 말로 설명할 길이 없네. 직접 보여줘야지..."
조선 사신: "으악! 안 사요, 안 사!"
(만국내조도 그림은 길공구 님의 당토명승도회 4부5부를 참조.)


한편 당시(1783년) 일본:

"중국의 전중(滇中) 땅에 면전(緬甸)이라고 하는 곳이 있어서그곳에서 면령(緬鈴)이라는 물건이 난다그 크기가 용안육(竜眼肉) 정도 되고사람 살의 온기를 얻으면 저절로 움직여 멈추지 않는다그 땅의 음란한 부인들이 이것을 써서 즐긴다고 한다근년에교토에도 어디선가 이 면령이 매물로 나와서여기저기서 떠들썩해스스로 움직이는 명옥(名玉)인 여의보주(如意宝珠)로 말이 퍼져황송하게도 왕공귀인(王公貴人)의 손에 까지 들어와서 애용되었다누구 하나, (이것이) 면령이라고 하는 부정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지 못 한다행방도 알지 못한다나도 그저 그 소문 만을 들었고그 물건을 보지 못했다그 용 구슬도 해당하는 부류가 없다그 후이세(伊勢)국 해안의 성 안에서 놀 때나도 면령을 보았다크기는 2, 30 돈의 총알과 같고무게는 근소하게 7, 8 돈으로청동으로 만든 것 같아안에 울리는 것이 있다손바닥 안에 쥐어서 조금 움직이게 하면그 구슬이 큰 울림으로 움직여손바닥이 떨린다오랑캐(蛮夷)의 방중음구(房中陰具)로, 기묘한 세공이다이 구슬은해안에서 5리서쪽 오야마토(小倭고을의 사다무라 미효에라는 백성의 집에 수 백 년 째 전해져서울리는 구슬()이라 이름붙여져부정한 물건인 것을 모른다최고의 보옥(宝玉)인 듯이 진중히 여긴다."
(서유기의 77. 용의 구슬 中)

일본에서는 더러 발음이 같은 면령(勉鈴)이라고 쓰고 "애쓰는 구슬(勉む鈴)"라고 읽기도 합니다...^^
역사관심 님께서는 오잡조, 낙하생집, 오주연문장전산고 등에 실려있는 면령 관련 내용들을 소개하신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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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면령은 워낙 재미있고 자극적인 소재다 보니까 사극 및 대중매체에서 활용하려고 나름 "애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단적으로 2015년 영화 "간신"에서 쓰려다가, 심의를 받았는지 예고편에만 나오고 (51초 부분)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아가씨! 아가씨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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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역사관심 2018/01/24 00:39 # 답글

    아니, 면령이 저렇게 벌써 소개되고 쓰이고 있었다니!!! 전혀 모르고 있었군요.
  • 남중생 2018/01/24 12:34 #

    사실 면령이 대중매체에 쓰이는데에는 역사관심님의 공이 크지 읺았나...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 섹사 2018/01/24 11:27 # 답글

    아.. 저게 면령이라는 것이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ㅋㅋㅋ
  • 남중생 2018/01/24 12:34 #

    넵, 나름 하이테크 공산품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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