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이봐, (내가 무찌른) 이 녀석을 어떻게 생각해? 크, 크고... 아름답습니다!! 창작물의 원형을 찾아서~

▲아래 일화와 무관한 이미지

노동당원이었던 클레멘트 애틀리 Clement Attlee 가 하원내의 남자화장실 소변기 앞에


서 있을 때였다.

처칠이 화장실에 들어왔다가 애틀리가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나가버렸다.

애틀리가 나중에 처칠에게 

"우리 오늘 서로 너무 쌀쌀하게 대하는 것 아니요, 윈스턴?"하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처칠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 말이 맞소.

당신은 무엇이든 큰 것만 보면,

다 국유화 하려고 하니까 그런 것 아니오." 

(파리13구 님의 처칠과 애틀리 그리고 국유화...^^에서 발췌.)

2차대전 당시 일본 프로파간다

이 일화를 통해 처칠이 자기 신체 치수...에 굉장히 자신감이 있던 신체긍적적(body-positive)인 인물이라는 것도 알겠지만,
여기서 처칠이 꼬집고 있는 태도가 있죠.

바로 큰 것 = 나쁘고 위험한 것 이라는 등식이요.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로스차일드 가문이 기르는 국제야옹자본 등등...과 싸우고 있습니다...

"나는 불을 뿜는 사악한 용이랑 싸우고 있으니까, 선한 편이야"라는 이 소영웅주의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걸까 하고 한동안 궁금했어요.


"큰 것과 싸우니까 난 선한거야"의 변주곡으로는 "큰 외부세력에게 두들겨 맞았으니 난 강한거야"도 있죠.
아니, 두들겨 맞았는데 어떻게 강한거냐고요?

크으... 우리 민좆은 수차례의 외침을 겪고도 꺾이지 않는 읍읍...

야레야레, 내가 매번 처맞고도 참는 이유는 내 왼팔에 흑염룡이 잠들어있기 때문이지, 크큭...

독일 철학자 니체는 이런 정신승리는 유대인들이 퍼뜨린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왜 유대인이냐면 "아, 걔네 유대인들 원래 그래. 걔네가 원래 좀 변태야"라고 했죠.

19세기에는 이런 인종주의적인 설명이 통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린 21세기에 살고있잖아요?

저는 위와 같은 정신승리의 유래를 이렇게 생각해요.

싸움에서 승리해 올 때,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나를 선으로 규정하는 건 뻔하겠죠.
그런데 만약에 소악(小惡)을 물리쳤다는 프레임을 생각해보세요.

"아, 쬐끄만 녀석이 까불길래 혼내주고 왔어."

마치 동네 불량배 같잖아요.
그래서 자신을 잘나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도,

"와, 무시무시한 거대악(巨大惡)과 싸우고 왔어."
로 말이 바뀌었겠죠.

그리고 "거대악"이 익숙한 클리셰가 될 때쯤, "악=거대"가 "거대=악"이 되었을 겁니다.

"저걸 봐. 거대하니까 악한게 틀림없어!"

저는 이 전환(reversal of values)이 굉장한 고대에 일어났을 거라고 추측했어요.
왜냐면 베오울프 같은 것만 읽어보더라도 이미 "거대악"이라는 모티프가 자리잡아있고,
또 고대 근동설화에도 거대한 용과 싸우는 이야기들이 있겠다...


그래서 길가메시나 카데시 전투 같은 걸 살펴봐야하나... 하고 있었는데,
웬걸?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호박이 넝쿨 째 굴러들어왔습니다.

"원석 탁본에 대한 면밀한 조사 이후 광개토왕비문 연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판독 논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황에서, 이 텍스트를 어떤 맥락에서 읽어내야 하는가가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었다. 최근 역사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견해는 광개토왕비문을 독해할 때 비를 세운 5세기 고구려인들의 의도와 욕망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비의 목적은 광개토왕의 훈적을 과시하는 데 있으므로, 고구려인들에게는 이를 돋보이기 위한 서사가 중요하였다. 광개토왕의 업적이 부각되기 위해서는 그가 무찌른 적이 허약해서는 안 된다. 가급적 강하고 위협적인 존재여야 좋다. 이에 주목한 것이 '악역'으로 설정된 '왜'의 존재이다 고구려인들은 광개토왕비에 '왜가 원래 고구려의 속민이었던 백제와 신라를 공격해 신민으로 삼았다'는 문장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광개토왕이 벌인 정복전쟁에 당위성을 부여하였다. 실제의 역사적 사실과 달리 왜를 강대한 세력으로 과장해 묘사하여 광개토왕의 무훈 또한 더욱 빛나게 연출하였다는 것이다."


5세기 동북아시아라니, 역사가 반드시 "동질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제가 간과한거죠. 
이런 치환 및 정신승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말이에요...;;
(OLD BOY님의 관련글도 링크 걸어놓겠습니다. )


그러니까 결론은 이겁니다.

오늘도 라엘리안 인류미나티 프리메이슨 국제야옹자본과 맞서 싸우시는 훈늉하신 분들께서는
 
저랑 같은 공중화장실을 쓰실 경우, 최소 3칸 이상 떨어진 소변기를 사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글

  • jgml 2018/01/10 23:29 # 삭제 답글

    이 제작진이 프로그램 제작하면서 비 전문가인 김병기 교수만으로 불안했는지 뒤늦게 전공자인 안정준 선생님을 섭외했다고 합니다. 하도 부탁하길래 안 선생님이 없는 시간 쪼개서 여러 자료 곁들여 A4 15매 이상을 보내주셨는데 한 부분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강연자가 하고 싶은 말 못하게 한다고 싫어했대요. 그 뒤로 안선생님에게 사과 연락도 없고. 교양을 표방한 예능이라 그럴까요. 그래도 이건 너무해요. 국뽕 좀 그만 팔았으면..
  • 남중생 2018/01/10 23:41 #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어떻게 융합하지 못한 결과일겁니다.ㅠㅠ 애초에 정반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두 의견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또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미 김병기 씨를 섭외한 상태에서 어찌 하지를 못한 거겠죠.
    참, 안타깝다는 말 밖에 안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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