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상어 머리를 해부해서 화석의 본질을 밝혀내다 - 니콜라스 스테노 용틀임하는 동아시아 근세

포브스(Forbes, 여러분이 아는 그 부자 잡지가 맞습니다)에 지질학 관련 글을 주기적으로 기고하는 지질학자 David Bressan 님의 글을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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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스테노의 상어 머리 스케치)

1666년 10월, 프랑스 고깃배가 리보르노(지금은 이탈리아 영토, 당시 투스카니 공국의 일부) 앞바다에서 커다란 상어를 포획했다. 사람들은 상어를 해안으로 끌고 올라간 뒤, 죽도록 두들겨패고, 부위별로 해체했다. 통째로 옮기기에는 몸집이 너무 컸기 때문에, 상어 머리만 남겼다.[1] 그 머리는 플로렌스(피렌체)로 가서, 유명한 덴마크 출신 해부학자/박물학자 닐스 스텐슨(니콜라스 스테노)의 손에 해부되었다.

니콜라스 스테노는 훗날 상세한 해부학적 설명을 곁들여 자신이 해부한 상어에 대한 글을 출판하는데, 이 책에는 상어의 이빨과 투스카니 지방의 구릉지에서 흔히 발견되는 (그러나 이때까지 그 생성원리는 밝혀지지 않은) 화석을 비교한 내용도 있었다. 이 화석들은 단순히 글로소페트라(Glossopetrae)라고 불렸는데 이는 설석(舌石, tongue stones)[2]이라는 뜻이다.

스테노는 화석의 유기적 생성원리(organic origin)[3]를 생각해낸 최초의 학자가 아니었다. 스위스의 박물학자 콘라드 게슈너(Conrad Gesner)는 1565년에 낸 "화석 물체에 관하여"(De Rerum Fossilium, Lapidum et Gemmarum maxime, figuris et similitudinis Liber)라는 책에서 성게 화석과 현생하는 성게 표본을을 비교하고, 화석 중에는 돌로 변한(petrified, 그러니까 "화석이 된"...) 유기체도 있다고 주장했다. 1616년에 이탈리아의 박물학자 파비오 콜로나(Fabio Colonna)는 글로소페트라에가 상어 이빨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앞선 주장들은 큰 허점이 있었는데, 바다 생물의 유해가 어떻게 해서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바위에 박혀있거나 심지어 산꼭대기에 있을 수 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박물학자는 화석을 설명할 때, 암석 안에서 자라난 신기한 모양의 광물이라고 하기를 선호했다.

스테노는 최초로 바다 생물의 이빨 화석이 어떻게 현대의 해안선에서 멀리 떨어진 암석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지 설명해냈다. 스테노는 피렌체에서 상어를 해부하기 전에 코펜하겐에 위치한 덴마크 왕립 박물관(Kunstkammer)[4]을 방문해서 그곳에 전시된 화석을 보았다. 스테노는 다음과 같은 필기를 남겼다.

"달팽이, 조개, 굴, 물고기 등이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돌이 된 채로 발견되었다. 한 차례의 고대의 홍수 이후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남겨졌거나 바다 바닥이 느리게 변했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의 변화에 대해서는 내가 책을 쓸 계획이다."

스테노는 투스카니 지방을 여행하면서 층이 진 암석의 노두(outcrops, 露頭 노출된 부분)를 살펴보고는 지금은 사라진 고대의 바다 연안과 해양 퇴적물이 암석으로 변한 것이 암석 퇴적층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스테노는 층이 진 암석에만 화석이 발견되고, 또 최근에 생긴 토양에서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을 기록했다. 여러 박물학자가 주장했듯이 화석이 무기적인 생성원리(inorganic nature)로 생긴다면,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토양과 암석에서 화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현장 관찰과 상어 해부 결과를 혼합함으로써 스테노는 놀라우리만큼 현대적인 "지질학 이론(geo-theory)"을 형성했다.

 - 암석에 생긴 층은 물 속 퇴적현상으로 인해 생성되었다. 지금의 단단한 바위는 한때 부드러운 진흙이었다.
 - 바다에서 사는 동물은 죽은 뒤 부드러운 진흙 속으로 천천히 잠길 것이다. 진흙과 물이 그 동물을 돌로 변하게 하고 보존할 것이다.
 - 지각의 움직임으로 화석이 들어있는 진흙은 치솟을 것이고 공기에 노출된 진흙은 말라서 단단한 바위가 된다.[5]
 - 단단해진 층은 결국 수면 아래로 잠기고 그 위에 또다른 층이 생성된다.

결국 모든 층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이번에는 산을 형성할 정도로 높이 치솟아서, 호기심 많은 박물학자가 바위 위에 풍화를 격는 화석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라고 스테노는 주장하였다.[6] 안타깝게도 스테노의 저술은 수년간 잊혀졌다. 스테노 보다 앞선 이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런데 1695년에 아마추어 의사이자 박물학자인 존 우드워드(John Woodward)가 지구의 자연사에 대한 논설(An Essay toward a Natural History of the Earth)을 출간했다. 이 책은 성경에 적힌 고대의 대규모 홍수가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는데, 잘 쓴 글이 아닐 뿐더러 대부분 다른 박물학자들의 글을 베껴왔다.[7] 우드워드는 화석이 홍수로 죽은 동물 유해라고 주장했고,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스테노를 인용했다. 그러나 스테노가 본래 가졌던 생각을 읽어보면 단 한 차례의 홍수는 온갖 곳에서 발견되는 여러 겹의 두꺼운 퇴적암석층을 설명하는데 충분치 않다는 것이 확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드워드의 책은 당대 과학계가 대체로 무시하였으나, 스테노의 발상이 다시금 유행하게 했다. 과학자들은 퇴적암과 화석을 활발히 연구하고 논의하기 시작했고, 그 뒤로 일어난 일은 역사의 흐름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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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유기의 6. 시라누이

"선장은 작살 자루를 집어 든 채로배 안으로 낚아올리니몸길이 8, 9척 남짓의 물고기가길쭉하게 생긴 주둥이가 무시무시한데교토에서 사요리라고 하는 물고기 닮았다하야우오(早魚)라는 것이다주둥이 길이가 2 6치나 되는데끝이 날카롭고껍질은 상어 같으며그저 짐승의 뿔 같으니물고기에게 (달려)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우니코오루(一角)의 주둥이라는 것도 이 물고기를 보니 믿을 수 있다너무나도 드문 일이니선장에게 이 주둥이만 얻어서 돌아갔다."

[2] 설착석(舌着石)과는 다르다, 설착석과는!!
[3] "유기적/무기적 생성원리"라는 표현은 전근대인들이 화석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설명할 때 쓴다. 어쩌다보니 생긴 기이한 돌이지만 어쨌든 돌은 돌(무기질)이라는 무기적 생성원리와 원래 살이있던 "유기질"의 생물체가 화석이 되었다는 유기적 생성원리로 나눈다.   
[5] 이 부분만은 현대과학이 주장하는 바와 다르다. 진흙이 말라서 바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열과 압력을 받아 바위가 된다.
[6] 조선전기 인물 김안로가 산 위의 소라화석을 보고 나름대로 구상한 지질학적 이론은 역사관심 님의 포스팅 참조.
[7] 창조과학자가 또오...

니콜라스 스테노 소개영상도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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