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일제시대 안아키 있잖아, 근대


▲오오타 쵸우(太田聴雨), 종두(種痘), 1934


그러더니 갑자기 무얼 생각한 듯 손뼉을 탁 치더니

"그런뎁쇼 제가 온 건입쇼 댁에선 우두를 넣지 마시라구 왔습죠."

한다.

"우두를 왜 넣지 말란 말이오?"

한즉,

"요즘 마마가 다닌다구 모두 우두들을 넣는뎁쇼 우두를 넣으면 사람이 근력이 없어지는 법이뎁쇼."

하고 자기 팔을 걷어 올려 우두자리를 보이면서

"이걸 봅쇼 저두 우두를 이렇게 넣기 때문에 근력이 줄었습죠."

한다.

"우두를 넣으면 근력이 준다고 누가 그럽디까?"

물으니 그는 싱글거리며

"아 제가 생각해냈습죠."

한다.

"왜 그렇소?"

하고 캐니

"뭘......저 아래 윤금보라고 있는데 기운이 장산뎁쇼, 아 삼산학교 그녀석두 우두만 넣었다면 그까짓 것 무서울 것 없는뎁쇼 그걸 모르겠거든입쇼......"

한다. 나는

"그렇게 용한 생각을 하고 일러주러 왔으니 아주 고맙소."

하였다. 그는 좋아서 벙긋거리며 머리를 긁었다.


이태준, 달밤(1934) 中

-------------------------------------------------------------------------------------------------------


일제시대 조선에도 안아키스트가 여럿 있었다죠...


핑백

  • 남중생 : 그림 속 여성과 과학기술 2018-01-24 02:14:46 #

    ... 기보다도, 오오타 화백님 그림이나 계속 보도록 하죠.^^ ▲ 오오타 쵸우(太田聴雨), 종두(種痘), 1934(관련 포스팅: 일제시대 안아키) 이런 그림은 일본 밖에 없냐고요? 조선에도 있습니다. ▲이유태, "탐구" (1944)국립현대미술관 링크 ... more

덧글

  • Skip 2017/10/20 22:38 # 답글

    일제시대에도 안아키가 있었다기보단 일제시대 일자무식 무지렁이나 할법한 전근대적 발상을 아이캔이 아빠 찾아 우주로 떠나는 시대에도 한다는게 놀라운걸로...
    좀있으면 2020년 이라죠 ㄷㄷㄷ
  • 남중생 2017/11/28 17:28 #

    네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1930년대에도 아인슈타인은 있었고, 2017년에도... 그러니 "마땅히 21세기라면 이러이러해야했을 것이 아직도!!"가 오히려 조금 오만한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굳이 안아키라는 말을 쓴 것은 20세기 전반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꿈꿨던 "아나키스트"를 갖고 말장난을 하려고 한 것입니다 ㅎㅎ
  • jgml 2017/12/06 17:48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Superfluous Things서평을 찾아보다가 흘러들어와서 다른 포스팅들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평소 의료문화사에 관심이 있어 이 게시물도 눈여겨봤어요. 근대 소설에서 서구의료지식을 어떻게 소재로 쓰고 있는지 보는것도 재미있네요. 달밤에서는 황수건이라는 인물이 우둔하고 무지하다는 걸 말하려고 우두를 이용했겠지만, 사실 생소한 서구의료지식을 마주한 당시 시골사람에게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요. 우리는 우두의 효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근대 서구의학지식이 가져온 보건의료 의 신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우두에 대한 불신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당시 새로운 서구의료지식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려운 신문물이었을 수도 있죠. 근대의료지식이 식민지조선에서(굳이 '식민지' 조선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수용되었던 환경이나 과정을 고려한다면 황수건과 같은 사람들이 느꼈던 비이성적 두려움도 이해가 가요. 새로운 지식이 수용되는게 단순하게 A에서 B로 전달되는것은 아니잖아요. 안아키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이 단순히 전근대적 발상으로 현대 의료를 불신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의료환경이 뭐가 문제인지를 생각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해요. 그래서 오만한 접근방법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구요. 관심있는 주제이다 보니 말이 길어졌네요...계속 유익한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 남중생 2017/12/07 00:16 #

    덧글 감사합니다. Superfluous Things 번역이 도움이 되었다는 덧글을 자주 보네요. 겨울 중에 분발해서 더 번역해볼까 합니다.^^ 저도 명확히 밝힌적은 없지만, 의료사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게시물을 쓰고 있습니다. 관심사가 일치한다니, 제 블로그에 자주 등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덧글, 짧은 덧글 모두 환영입니다~
  • jgml 2017/12/06 23:58 # 삭제 답글

    아 그러시군요. 저는 중국 난카이대학에서 중국사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지도교수님이 청대 의료사 연구자세요. 전 원래 의료사에 매력을 느껴서 왔는데 방황하고 있어요.-.- 남중생님의 블로그에서 많이 즐기고 또 배워갈 것 같습니다. ^^ 새로운 지식을 얻는건 너무 즐거운데 논문은 참 고통스러워요.
  • 남중생 2017/12/07 23:56 #

    중국에서 공부하시는군요! 그런데 Superfluous Things에 청대 의료사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부분이 있던가요?
  • jgml 2017/12/10 17:22 # 삭제 답글

    지도교수님과 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스터디에서 독서토론을 하는데 이번에 읽을 책이 Superfluous Things 입니다. 중국에서는 2015년에 번역이 되었어요. 중국에서 번역된 제목은 长物:早期现代中国的物质文化与社会状况(三联书店)입니다. 의료사와 매우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제 생각에는 좀더 시야를 넓히면 청대 출판과 독서라는 부분에서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터디에서는 딱히 의료사와 관련이 없더라도 최근에 출간된 괜찮은 연구서들을 선정해서 읽는 편입니다. 주로 번역된 외국연구서를 많이 읽어요. 아직 전부 다 읽지는 못했지만 책 곳곳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도 있어서 열심히 읽고 있어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