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 섬뜩한 성교육 교재 - 태상감응편도설언해 ~창작물의 원형을 찾아서~

이전 포스팅 도교, 불교 계열 삽화(판화)에 보이는 뇌공 모습에서 태상감응편도설언해(1880)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도교적 텍스트라고 흔히 분류되는 책인데, 내용은 희망편/절망편처럼 좋은 사례/나쁜 사례를 가려서 권선징악을 보여줍니다.
군신, 부부, 붕우와 같은 관계에 각각 선보(善報, 좋은 사례, 좋은 일을 해서 보상받는 사례)와 악보(惡報, 나쁜 사례, 나쁜 일을 해서 벌받는 사례)가 있는 것이지요.

이 책은 총 5권으로 이뤄져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마지막 제5권의 "부인악보"에 해당하는 총 16개의 사례 중 4개(4분의 1)가 낙태와 영아살해 관련이라는 거죠. 심지어 순서도 연달아 있습니다.

1. 진씨
윤주(潤州) 땅에 진씨 이미 자식이 많고 또 잉태하매 심히 슬프게 여기는지라. 
동네의 약팔고 의술하는 담파(譚媼)가 진씨를 위하여 약 먹여 낙태하였더니 그 후에 또 잉태하니 다시 담파를 청하여 낙태하려 할새 이미 약을 짓고 미처 먹지 못하였더니 그날 밤 꿈에 한 누른소 있어 말하여 왈, 
"내 너로 더불어 원수가 없거늘 어찌 나를 죽이려 하나뇨? 내 장차 너를 죽이리라." 하거늘
(잠에서) 깨어 그 뜻을 모르고 마침내 그 약을 먹었더니 인하여 혈붕(血崩)[1]이 되어 죽고 그후에 담파 또한 폭사(暴卒)[2]하니라.

[1] (때 아닌) 생리과다 
[2] 급사, 비명횡사

2. 진일청의 처
옛적에 진일청의 처가 연이어 세 딸을 낳아 세 번 다 죽였더니 갑오년에 또 한 딸을 낳았거늘 또 죽이려 하여 그릇 속에 넣고 그릇 어귀를 봉하였다가 이윽고 열고 보니 홀연 한 붉은 뱀이 튀어나와 그 좌편 다리에 감기거늘 (아내가) 크게 놀라 떼려 하나 단단하여 풀 길이 없는지라. 드디어 뱀과 함께 죽으니라. 

3. 이수의 처
옛적 이수(李守)의 처가 사납고 투기하여 일찍이 한 자식 밴 첩을 죽였더니 하루는 꿈에 그 첩이 창 밖에 있어 머뭇거리다가 홀연 큰 뱀이 되어 나무에 감기거늘 죽이려 한 즉 간데 없는 지라. 그 후에 부부가 달 아래 앉아 술 먹더니 술잔 가운데 뱀 그림자 있거늘 불을 켜고 본즉 또한 형적이 없는지라. 드디어 마셨더니 그 후로 복중이 창만하여 만삭한 모양이라. 인하여 죽고 입관한 후에 관 속에 무슨 소리 있거늘 열고 보니 이에 한 큰 뱀이 되어있더라.

4. 혁연걸의 처
파동(巴東) 땅에 혁연걸(赫連傑)의 처가 행실이 참혹하고 각박하여 무릇 여자종이 잉태한 자 있으면 반드시 떨어트리고, 혹 이미 낳았으면 물에 넣어 죽이니 이는 여자종이 그 자식 보살피고 젖 먹이느라 일에 해로울까 함이러라. 하루는 홀연 여나믄 어린아이 혹 형용이 미쳐 이루지 못한 것도 있으며 혹 모양이 다 된 것도 있고 혹 핏덩이가 모여 반쯤 된 것도 있어 일시에 달려들어 살을 물고 넣으니 온 몸이 문드러지고 소리 지르기를 수일을 하다가 죽으니라.


블로그 이웃분들 중에 관심있어 하실 분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게렉터 블로그에서 용재총화와 어우야담의 괴물들을 소개할 때 (용재어우 괴물열전 (1~37)) 삽화로 사용된 만큼, 원문 내용을 소개해보았습니다.^^ 


핑백

  • 남중생 : 누가 누구를 베꼈을까? 2017-08-24 23:22:13 #

    ... 오른쪽 그림은 제가 지난 포스팅 조선 말 섬뜩한 성교육 교재 - 태상감응편도설언해에서 소개한 걸 기억하실 것입니다. "옛적에 진일청의 처가 연이어 세 딸을 낳아 세 번 다 죽였더니 갑오년 ... more

덧글

  • 역사관심 2017/08/22 09:24 # 답글

    호...재미있습니다. 이야기들의 배경이 조선인가요? 기담집 비슷하네요.
  • 남중생 2017/08/22 11:11 #

    앗, 아쉽지만 전부 중국의 사례들입니다... 원래 만한(만주어/한어)로 되어있는 책을, 한자와 삽화는 그대로 남기고 만주어만 다시 한글로 바꾼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 역사관심 2017/08/22 11:19 #

    아 예상했지만 역시로군요. 이 부분이 항상 좀 아쉽네요 ^^
  • 명탐정 호성 2017/08/22 09:59 # 답글

    히익
  • 남중생 2017/08/22 11:12 #

    히이익
  • 길공구 2017/08/22 09:59 # 답글

    잘 읽었습니다. 매우 흥미롭네요. ^^
    영인본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는지요?
  • 길공구 2017/08/22 10:08 #

    아 국립중앙박물관에 5책 전권이 있군요.
    좋은 내용 소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남중생 2017/08/22 11:16 #

  • 길공구 2017/08/22 11:38 # 답글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__)(^.^)
  • mori 2017/08/23 04:08 # 답글

    끔찍한 이야기들이지만 기록들이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네요!! 혈붕이란 표현도 재밌어요! 한편으로 그리스도교문화에서는 낙태를 했다고 아이가 꿈에 나타나서 복수하고 그런 내용은 잘 못 봤는데, 이건 아무래도 언제 태아가 영혼을 가진 사람이 되느냐에 대한 인식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 남중생 2017/08/23 06:01 #

    네, 저도 발생학(?)적으로도 생각해봤습니다. 마지막 혁연걸 아내 이야기에서 다 된 태아, 덜 된 태아가 한데 뭉쳐 공격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사람의 형태는 못 갖추더라도 영혼은 있다고 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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