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에도 나타났다! - 고양이 방해꾼 ~창작물의 원형을 찾아서~

2016년 2월 3일, 크리스티나 더피(Christina Duffy)는 대영박물관의 고문헌 디지털화 작업을 하던 중 흥미로운 발견을 합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VOC)의 일본지사에 파견되었던 앵겔베르트 캠퍼(E. Kampfer, 1651-1716)가 소유했던 지도에 찍혀있는 앙증맞은 발자국들이었죠. (원본 트윗)

퍼렇게 보이는 이유는 자외선 촬영이기 때문입니다. (고지도에서 냥냥펀치를 찾아내기 위해선 고오급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교묘하게 데지마(手島) 바로 옆이군요@@
(아래 번역문에는 Deshima라고 되어있어 일괄 "데시마"로 번역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배를 대지마...라고 만든 섬이니까 데지마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대영박물관 공식 블로그는 정확히 2주 후, 2월 19일에 이에 대한 포스팅을 합니다. 
아래는 제 번역입니다. 
-------------------------------------------------------------------------------

캠퍼의 고양이
지도 위를 종횡무진한 그의 발자취...?

"일본 항구도시 나가사키를 그린 17세기 지도의 자외선 촬영에서 뜻밖에도 고양이 발자국이 나타났다."

비록 정식 이름은 없지만 오랫동안 나가사키 에즈(長崎絵図, 나가사키 그림지도)라고 불린 지도 (BL shelfmark Or.75.g.25)는 원래 독일 의사이자 박물학자인 엥겔베르트 캠퍼(1651-1716)의 가족이 소유하던 것을 대영박물관의 '아버지'라 불린 한스 슬론(Hans Sloane) 경이 구입한 것이다. 캠퍼는 1727년에 출판한 유고작 일본의 역사(The History of Japan)의 저자로 유명하다. 이 책은 서양 독자들에게 일본을 소개한 초기 저작물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손꼽힌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고용된 캠퍼는 1690~1692년 사이에 일본에 머물렀다. 그는 데시마 네덜란드 상관의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데시마는 무역허가를 받은 소수의 서양 상인들이 머무르도록 일본당국이 나가사키 만에 지은 인공섬이다.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 캠퍼는 대량의 서적, 필사본, 회화, 식물 스케치, 물건을 수집한 뒤, 유럽으로 돌아와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가 죽은 1716년까지 미출간 상태에 있다가 1723년에서 1725년 사이 원고와 수집품이 모두 슬론에게로 넘어갔다. 슬론이 바로 '일본의 역사'의 영어 번역과 출간을 주선하였다. 슬론이 구매한 60개 품목 중 45개가 현재 판명되었다. 주로 지도, 사전, 여행안내서, 연대기, 주소록, 대중문학이다. 모두 당시 쉽게 구할 수 있던 인쇄물에 해당한다. 각 품목은 처음 인쇄되었을 때에는 보잘것 없었지만 이 작은 컬렉션은 유럽 최초의 일본 수집품으로 꼽힌다.

▲1680년 경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가사키 에즈의 전체 모습 (British Library Or.75.g.25)
위 트윗의 사진(고양이 발자국이 발견된 부분)은 빨간 네모 부분

나가사키 에즈는 목판으로 인쇄된 다음 수작업으로 색을 입혔다. 지도가 만들어진 연도는 적혀있지 않지만 나카시마 강에 다리가 놓인 것이 보이는데, 이 다리는 1681년 이전에 건설된 것이다. 캠퍼가 이 지도를 손에 넣었을 당시에 이미 이 지도는 오래된 구석이 있었다. 캠퍼가 '일본의 역사' 원고에 베낀 지도에는 여기에 1689년에 지어진 중국 상인들의 거주지(唐人屋敷, 토진야시키)를 추가로 그려넣는 등 수정을 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지도의 사본은 '일본의 역사'에 '낭가사키 시내(Urbs Nangasaki)'라고 나와있다. 나가사키 에즈 원본은 도시와 항구의 세세한 정보를 보여주는데, 중앙부에는 부채꼴 데시마 섬이 있고 주변에는 네덜란드와 중국배의 모습과, 네덜란드 남녀 등 이국적인 인물상이 장식적으로 그려져 있다.

▲캠퍼의 책, '일본의 역사'에 실린 지도의 (고양이 발자국이 없는) 사본. 


색 합성 자외선 촬영기법을 통해 한 쌍의 발자국이 데시마 바로 밑에 찍혀있음을 밝혀냈다. 강이 나가사키 항으로 흘러나가는 유역 근처다. 안타깝게도 닌자 냥이의 정체는 밝혀낼 수 없었으며, 언제 어떻게 이 고양이가 지도 위를 거닐었는지도 모른다. 분명히 데시마에는 고양이 뿐만 아니라, 개, 소, 돼지, 염소, 닭, 앵무새, 원숭이가 있었고, 심지어 고슴도치와 화식조도 한 마리 씩 있었다. 이 동물들은 모두 네덜란드 상관장을 그린 그림에 등장한다. 캠퍼는 '일본의 역사'에서 일본 고양이에 대해 빼놓지 않고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일본인들은 유난히 예쁜 고양이를 기른다. [중략]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다. 흰 바탕에 큼직큼직하게 노랗고 검은 얼룩이 나있다. 꼬리는 마치 일부러 자르기라도 한듯 몹시 짧다. 이 고양이들은 쥐를 쫓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신 품에 안기거나, 쓰담쓰담해주는 것을 몹시나 좋아하는데, 주로 여자가 해줄 때 좋아한다." (일본의 역사. 1권 10장)




▲캠퍼가 그린 에도로 참근교대 가는 VOC 행렬 속 본인 모습.     ▲일본의 삼색 냥이 (mikeneko). 사진: Wikimedia Commons
(British Library Sloane Ms 3060 fol. 501) 

지도 위 발자국의 주인공은 캠퍼의 고양이였을 것이라는 상상이 구미를 당긴다. 녀석은 아마 (모든 고양이 집사들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캠퍼의 공부를 방해하려던 참이었을 것이다. 혹은 어쩌면 한스 슬론 경이 키우던 고양이가 그 집 '호기심의 방'으로 기어들어갔는데 마침 지도가 펼쳐져있었을 지도 모른다. 세번째 가능성은 (박물관 보안 측면에서는 우려되지만) 대영박물관에서 쥐를 잡기 위해 두었던 고양이 중 한 마리의 발자국이라는 것이다. (ʻ블랙잭, 마이크, 대영박물관ʼ 참조). 이들 중 가장 유명한 냥이는 마이크(Mike)였다. 마이크는 박물관에서 20년을 살고 1929년에 사망하였는데, 저녁일간지에 부고 기사와 추모시가 실리기까지 했다!

참고 문헌

Kenneth B Gardner, Descriptive Catalogue of Japanese Books in the British Library Printed before 1700. London: The British Library, 1993.  이 책은 캠퍼 컬렉션에 있는 모든 일본 서적들을 상세히 설명해놓았다. 

Yu-Ying Brown, “Japanese Books and Manuscripts: Sloane’s Japanese Library and the Making of the History of Japan”, in Arthur MacGragor (ed.), Sir Hans Sloane: Collector, Scientist , Antiquary, Founding Father of the British Museum. London: British Museum, 1994, pp. 278-290. 이 책은 슬론이 캠퍼 컬렉션을 구입한 경위를 설명해준다. 


동아시아 컬렉션 수석 학예사 헤이미쉬 토드 작성. 유물보존 부서의 크리스티나 더피에게 감사를 전한다. 

------------------------------------------------------------------------------------------------------


P.S. 캠퍼와 조선 인삼(!)에 대해서는 적륜 님의 "Tsiozin Nizin"은 무엇인가? - 1690년 캠퍼르의 닌진 퀘스트 참조.

데지마에서 키우던 다양한 동물에 대해서는 또 적륜 님의 18세기 동아시아 크로스보더 파티장 - 왜관 그리고 데지마 (下) 참조.

(아마 윗 글에서 말한 "그림"이 바로 이 포스팅에 나오는게 아닐까 합니다.^^)


P.S. 2

역사적으로 인간의 일을 방해해온 고양이들의 흔적을 알아보려면,

일단 제일 유명한 사례로 mori님의 한땀한땀 정성들여 글을 썼더니 고양이가 지나갔눼?

그리고 그 밑에 적륜 님이 덧글링크를 달아놓긴 했지만, 가을 님의 [네타] 그 옛날부터 고양이님하는 인간이 하는 일을 방해해왔다
코토네 님의 방해하냥



핑백

  • 남중생 : 박물학자들의 슬픈 초상 2017-08-23 12:42:12 #

    ... 이전 포스팅 나가사키에도 나타났다! - 고양이 방해꾼에서 나가사키의 박물학자 앵겔베르트 캠퍼의 셀피(!)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물론 말을 타고 있는 분이지요. 아니 ... more

덧글

  • SUPERSONIC 2017/07/09 15:16 # 답글

    역사에 많은 발자취를 남겼군요
  • 남중생 2017/07/09 16:40 #

    그렇습니다. 동서고양.. 아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ㅋㅋ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