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물건보다 사람이 먼저 품평의 대상이었다. (pp. 89-90) 雜同散異 Superfluous Things


사람 나고 돈났지, 돈나고 사람 났나?


사람을 품평하는 문화가 파급(spill-over)되어 물건도 품평되기 시작했다는 클루나스의 주장! 


지난 번역 포스팅(청동기에 글자가 새겨져있으면 더 비쌀까?)을 올리고 나서, 맥락 상 미진한 감이 있었습니다.

'구별 짓기' 부분을 마저 번역해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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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별 짓기와 차별화


위에서 간략히 설명한 몇몇 어휘를 넘어서, 보다 넓게 언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는 것도 사치품 사용을 둘러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시각에서, 가장 대표적이라할 수 있는 사례는 ‘갑이 가장 아()하거나 가()하고, 그 다음으로는 을이고, 그 다음으로는 병이 온다’는 식의 표현인데, 문진향은 이런 정형화된 표현을 그의 책 전반에 걸쳐 쓰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물건에 대한 평가가 아무 맥락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분을 통해서만 일어난다는 것인데, 구분짓는다는 것은 상품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관습은 명대에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품평한다’는 의미의 품()은 관직을 맡을 수 있는 자격 기준에 따라 사람을 품계(品階)로 구분해야 했던 필요성에서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물건을 품평하기 전부터 사람은 이미 품평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한정되어 있던 이 관습은 당나라 때를 전후해서 다른 분야로 뻗어 나갔다. 이런 현상이 처음으로 목격되는 것은 육우(陸羽,733-804)의 다경(茶經)이라고 할 수 있는데, 8세기에 출간된 이 책에서는 얼마나 소유할 만한 지에 따라 다완(茶碗)에 등급을 매겼다.


품평하고 등급 매기는 것은 그림(더 정확히는, 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옛 글에서 빠지지 않는 분야였다. 이 글들은 기존의 등급을 더욱 세분화하는데 꽤나 기운을 쏟아 부었는데, 어떤 화가도 절대로 독립적으로 등장하는 일이 없고 실력으로 비교했을 때 더 위에 혹은 밑에 위치한 다른 화가들과 함께 언급되었다. 장물지(長物誌)에도 이런 표현방식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볼 때, 문진향(文震享, 15851645) 본인이 즐겨 읽은 그림에 대한 고전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명대 문화시장의 높은 수준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책 '구별 짓기'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책은 사회적, 문화적 계층구조를 유지하는데 차별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다시 말해, 계층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남들 모두보다 잘났다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남들 모두’에 속한 한 명 한 명이 또 다른 누군가보다는 잘난척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Craig Clunas, Superfluous Things: Material Culture and Social Status in Early Modern China (Honolulu: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04), 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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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람이 상품화되었다'되었다는 표현에 대해 클루나스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특히 성(性)상품화는?

이 부분도 곧 번역해 올려드리겠습니다.

상품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 Craig Clunas의 Superfluous Things로 이어집니다!! (2017.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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