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38. 집돼지 (히로시마) 橘南谿의 서유기(西遊記)

三八 家猪(ぶた ()

38. 집돼지 (히로시마)


安芸(あきの)(くに)広島(ひろしま)の城下、其繁華美麗なる事、大阪より西にてはならぶ地なし。其町にぶた多し。形牛の小さきがごとく、肥ふくれて色黒く、毛はげてふつつかなるものなり。京などに犬のあるごとく、家々町々の軒下に多し。他国にては珍しき物なり。長崎にもあれどもすくなし。是は彼地食物のようにするゆえに、多からずと覚ゆ。唐土などには多く飼そだてて、食用にする事なり。琉球にも多しという。

又、長崎にたまたまやぎという獣あり。その形羊に似て色黒く、毛ながきもの也。薩州鹿児島にも是あり。隅州の内にはやぎの牧ありえ、多く育てりという。何の用になすものにや知らず。打見たる所は、唐めきておもしろきもの也。南都(なら)の町々、軒下んい鹿猿多く人になれたるがごとく、国々土地々々にて禽獣にもかわりあり。


아키 (安芸) 지방 히로시마(広島) 성 아래, 그 번화미려(繁華美麗)하기가, 오사카(大阪) 서쪽에는 비견할 땅이 없다. 그 마을에 돼지가 많다. 모습은 소가 작은 것 같은데, 살이 쪘고 색이 검으며, 털은 듬성듬성한 것이다. 교토() 따위에 개가 있듯이, 집집마다 마을마다 처마 밑에 많다. 다른 지방에서는 귀한 것이다. 나가사키(長崎)에도 그것(돼지)들은 적다. 이것은 그 땅에서 식용으로 쓰는 까닭에, 많지 않다고 여겨진다. 중국 등지에는 많이 길러서, 식용으로 하는 것이다. 유구(琉球)에도 많다고 한다.

또 나가사키에는 가끔씩 염소라고 하는 짐승이 있다. 그 모습은 양과 닮았는데 색은 검고, 털이 긴 것이다. 사츠마 주(薩州) 카고시마(鹿児島)에도 이것이 있다. 오오스미(隅州)의 내륙에는 염소 목장이 있어, 많이 기른다고 한다. 무슨 용도로 쓰이는 것인지는 모른다. 짐작해 보는 바로는, 중국풍의 재미있는 물건일 것이다. 나라(南都)의 마을들은, 처마 밑에 사슴과 원숭이가 많아 사람에게 익숙해져 있듯이, 지역마다, 토지마다 금수(禽獣)에도 차이가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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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서, 19. & 22. 산에 사는 요괴; 텐구, 야마와로, 야마온나?에서,


19. 야마온나 中

단지, 큐슈에는 텐구(天狗)의 사태(沙汰, 쏟아져 나옴)가 몹시 드물다. 사츠마 카고시마 주변에는 한번도 못 들었다. 시코쿠에는 텐구가 많다고 한다. 이세(伊勢)의 주변에는 특별히 많다. 대개 높은 산에는 이것(텐구)이 있는 모양이다. 이 같은 종류도 지방의 풍토에 따라 많고 적음이 있는가.


22. 야마와로 中

이것은 오직 큐슈의 변경에만 있는데, 다른 지방에 있다는것은 듣지 못했다. 겨울에서 봄까지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겨울은 산에 있어서 야마와로(山操)라 하고, 여름에는 강에 살아서 카와타로(川太郎)라고 하니, 혹자는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카와타로와 같은 것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이름을 바꾸는 것인가.


만렙고양이가 사는 울릉도에서,

63. 쥐가 사는 섬 中

또 오키국(隠岐国) 북쪽 바다에 있는 다케시마(竹島)에는 고양이만 많이 있어서, 세간의 고양이 보다는 각별히 강하고 쥐 잡는 일도 잘한다고 한다. 이렇게 고양이만 사는 섬도 있다 하니, 쥐만 사는 섬도 있으랴.



[번역후기]

이번 기사도 지난 번의 37. 메가네바시와 마찬가지로 제게는 참신한 충격을 주었는데요. 바로 타치바나 난케이가 돼지를 묘사하는 방법입니다. 이 사람은 살아생전 돼지라는 동물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그리고 독자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듯 합니다. 

"돼지라는 동물이란, 소 같이 생겼는데 조금 더 작고 색깔은...(중략)... 게다가 중국이나 유구국에서나 볼 수 있고 나가사키(!)에서 조차 보기 드문 거야" 같은 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염소도 마찬가지고요.
나중에 알아본 결과, 에도시대 의사들은 고약(연고)을 만드는 재료, 돼지 지방을 구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돼지를 길렀다고 하던데, 타치바나 난케이가 돼지를 모른다는게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돌팔이인가? -_-


아무튼 저는 처음에 이걸 읽었을 때, "아... 전근대의 일본인에게 돼지란 생소한 동물이었나 보네" 하고 의외로 쉽게 납득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일본어를 배우면서 12지간의 "돼지 띠"를  일본에서는 멧돼지(いのしし, 猪) 띠라고 말하는구나...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사의 제목을 보면서도 "집 멧돼지"(家猪)라고 쓰고 "돼지"(ぶた)라고 읽는구나... 했거든요. 그만큼 에도 시대 일본인들에게는 (집)돼지가 생소하고 멧돼지가 오히려 익숙한 동물인 것 아닐까 하고 추측해보았습니다.


P.S. 1 

비슷한 사례로 베트남에서는 "소 띠"가 "물소 띠"입니다. 제 베트남인 친구에 따르면 소는 일반 가축이라서 그 고기를 먹지만, 물소는 "우리의 친구"라서 먹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국가를 상징하는 동물로 물소를 채택하면서 생긴 근대전통같지만...읍읍!) 제가 "한국에서 물소란, 동물원에나 가서 볼 수 있는 동물이라서 실감이 안 난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물소 같은 흔한 동물이 동물원에 가있다는게 너무 웃겨" 라는 것이었습니다.


P.S. 2

또 다른 친구(역시 베트남인)는 이름이 "으웬"이었습니다. 한 번 결혼을 하면 절대로 배우자를 떠나지 않는 새의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듣자마자 "아~ 원앙! 원(鴛)의 베트남 발음이겠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렸지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원앙은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 서식하는 북쪽지방의 새였습니다. 원앙의 남방한계선(?)은 대만이더군요. 











▲원앙 분포도 (출처: 위키피디아)


그래서 다시 이 친구에게 , 

"베트남에는 원앙이 없다던데, 그러면 중국문화의 영향으로 *금슬좋은 새 원앙*이라는 이미지가 있을 뿐이지, 정작 베트남 사람들에게 원앙은 (봉황 같은) 환상 속의 새나 마찬가지인거 아냐?"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이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원앙이 전설 속의 동물이 아니라고??"라고 되묻더군요...


타치바나 선생님 말씀대로 "国々土地々々にて禽獣にもかわりあり"가 참 맞는 말 같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자기 주변에 보이는 동물들은 친숙하게 여기고, 중국 책에 보이는 신기한 동물들은 상상의 영역으로 넘어간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단편적인 반례로는 적륜 님의 "소 시리즈" 중 조선의 축산 매뉴얼에 실린 "정형화"된 중국 남부의 (물)소 그림들을 들 수 있겠죠.


P.S. 3 

언제나 그렇듯이 이글루스 제현들의 커멘트, 가르침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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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迪倫 2016/06/20 11:25 # 답글

    "무슨 용도로 쓰이는 것인지는 모른다. 짐작해 보는 바로는, 중국풍의 재미있는 물건일 것이다." 호오!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키나와 요리는 돼지고기가 많이 쓰인다고 하는게 이미 이때도 유구에는 많다고 하는군요. 이건 역시 폴리네시안 계통의 돼지사육과 연관되는 것일까요. 제주도도 그 끝자락일지....재미있습니다!
  • 남중생 2016/06/20 20:44 #

    폴리네시안 계통의 돼지사육! 생각해보지 못한 연결고리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중생 2016/07/02 21:30 #

    폴리네시아와 돼지를 생각하고 있던 참에... 디즈니의 차기작은 이런 거라고 합니다. 돼지가 귀엽네요^^
    http://job314.egloos.com/3180188
  • 迪倫 2016/07/03 00:35 #

    오! 이거 재미있어 보이네요!
  • Barde 2016/06/25 15:26 # 답글

    오키나와에서는 고기 요리라고 하면 돼지고기 요리가 메인이죠. 고야 참프루에도 돼지고기가 들어가구요. 오키나와 사람들도 본토와는 전혀 다른 풍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 남중생 2016/06/25 18:54 #

    핫, 돼지고기가 먹고싶어지네요. 지난 번 아치 이야기도 그렇고, 유구국의 문화도 따로 공부해보면 재미있을듯 싶습니다.
  • Barde 2016/06/26 00:06 #

    네. 혹시 오키나와에 관심이 있다면 트위터에서 이 분을 팔로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kawanobo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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