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서유기에 실려있던 "네덜란드" 삽화, 조선인, 그리고 망원경... 橘南谿의 서유기(西遊記)

이따끔씩 소식만 챙겨보는 정도인 일본 야후 옥션에 이런 그림이 떴습니다!



이걸 보자마자 제가 이전에 번역해서 올린 84. 기기 (네덜란드)에 실린 아래의 삽화가 떠오르더군요. 

저는 이 판화에 대해서 데지마의 건축, 조형을 본 일본인이 상상한 네덜란드의 풍경일 것이다...라는 식의 추측을 남겼었는데요.

음... 구도라고 하기도 뭐한 아주 러프한 느낌이 닮았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의 물 한가운데에 떠있는 듯한 인공섬은, 예 그렇습니다. 데지마가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데지마를 빠져나와 몰래 일본국을 정탐하고 있는 홍이(紅夷)들의 모습을...!! (망언)

옥션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사실 이 그림 말고도 다른 그림들도 시리즈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제목은, 長崎出島ヨリ遠眼鏡ニテ清國カラ歐洲ヲ眺望スル圖(仮題)
"나가사키 데지마에서 원안경(遠眼鏡, 망원경)으로 청나라에서 유럽(歐洲)을 조망하는 그림 (가제)"라고 합니다.

잠깐, 임시로 붙인 이름이면서 가타카나라던가 예스러운 표기가 너무 정성스럽잖아!

아무튼 설명을 쭉 읽어보면,
화가는 미상이고,
제작시기는 에도후기, 분카文化(1804~1818), 분세이文政(1818~1829) 경 (추측)
크기는 높이 28.5cm 길이 205cm

★ 나가사키의 데지마에서 네덜란드인이 망원경으로 중국을 넘어서 유럽을 바라보는 데포르메로 그려진 두루마리입니다.
★ 채색이 오래되어 化成期보다도 더 시대가 거슬러올라갈지도 모릅니다.
★ 두루마기를 묶는 끈?(巻止め)이 본체와 떨어져있습니다만, 전래된 그대로 보수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래의 그림이 윗 그림의 원본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제가 번역하고 있는 서유기가 1783년에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걱정스럽긴 하네요.
다만 이 그림을 경매에 붙인 측에서도 정확한 제작시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니... 과연 어떨까요?

그렇다면 서유기의 삽화(비록 이것 하나 뿐이 아니라 지금까지 드문드문 등장하던 판화들)는 출처가 어떻게 되는가,
하면, 제가 읽고있는 동양문고판에는 "본문에 실려있는 것을 모두 수집해서 각 그림이 가장 어울리는 글과 함께 배치했다." 정도의 설명밖에 없습니다. 상업출판이 된 만큼 다양한 판본의 (동)서유기가 있었던듯 한데, 과연 어느 판본의 삽화일지는 좀더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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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스팅 최초 작성 시점 이후로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2018.01.19)

오카다 교쿠잔의 画本異国一覧을 보면,
 이런 조선국(?!)의 그림과 
이런 네덜란드 그림이 있다고 합니다.

두 그림을 적당히 짬뽕시키면 서유기 삽화의 엄마아빠아이(아빠는 망원경 보고 있는...) 구도가 나올것 같네요.
누가 누굴 따라했는지 모르겠는 그림의 세계는 정말 광활하다고 하겠습니다. 

오카다 교쿠잔이 그린 조선인과 망원경에 대해서는,
역사관심님의 포스팅 1814년 近江名所圖會에 등장하는 조선통신사선 (수정)에서 망원경(천리경)이 달린 조선통신사 선박도 구경해보시는게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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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迪倫 2015/12/18 11:40 # 답글

    우선 산위에서 바다 너머로 망원경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구도는 18세기 일본 이국풍물 일러스트의 대표적인 테마입니다.
    http://archive.wul.waseda.ac.jp/kosho/he13/he13_03425/he13_03425_0001/he13_03425_0001_p0005.jpg
    이 이미지는 오카다 교쿠잔(岡田玉山)이 그림을 그린 画本異国一覧 중의 조선국 사람들 모습입니다. 제가 예전에 근세 광학 시리즈를 쓸때 미처 포함을 안시킨게 망원경이었는데, 조선과 망원경은 상당한 연결이 원래 있습니다.
    일단 이 오카다 교쿠잔의 그림과 맨 위의 그림은 대단히 테마가 같습니다. 오카다의 그림이 대략 寛政11, 1799년 이전으로 보이니까, 18세기 말기의 패턴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서유기에 실린 오란다 이미지에서 서양 도시와 항구를 묘사한 부분은 역시 오카다 교쿠잔의 같은 책에 실린 아란타국과 유사한 패턴입니다:
    http://archive.wul.waseda.ac.jp/kosho/he13/he13_03425/he13_03425_0003/he13_03425_0003_p0003.jpg

    옥션에 소개한 이어지는 부분의 그림 채색은 보통 데지마를 배경으로 한 서양화풍의 대표적인 川原慶賀보다는 그 이전의 초기 서양화 모작을 그림 전형적인 司馬江漢 그림의 모사품으로 보입니다.

    더 자세히 추적하시는데 도움이 조금이나마 되시면 바랍니다.

    아, 오카다 교쿠잔 관련해서는 http://hermod.egloos.com/1953649 을 참고하시고, 画本異国一覧은 http://www.wul.waseda.ac.jp/kotenseki/html/he13/he13_03425/index.html 참고하시면 됩니다. ^^


  • 남중생 2015/12/18 18:33 #

    오오, 역시 시바코칸으로 이어지는군요^^ 여기에 이어서 적을 일이 있다면 다시 한번 적륜님의 관련 포스팅에 신세를 져야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남중생 2015/12/19 02:59 #

    그나저나 망원경으로 먼곳을 바라보는 조선인이라니... 자메뷰(jamais vu)가 느껴진달까요ㅎㅎ
  • 역사관심 2018/01/20 07:52 # 답글

    4년전 포스팅이신데 오늘 핑백소식이 떴네요. 모르고 있었는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 남중생 2018/01/20 10:53 #

    P.S 이하 부분은 어젯밤에 추가해서 올렸습니다.^^ 핑백도 그때 달았고요!
  • 역사관심 2018/01/21 07:01 #

    아 그렇게되면 궁금증이 풀리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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