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26. 수명 橘南谿의 서유기(西遊記)

이 시리즈는 정말 오랜만에 포스팅하는군요. 사실 초벌 번역은 진작에 마쳐뒀는데 한동안 바빴습니다. ㅠㅜ

이번에는 우리 귤 선생님이 (간만에) 진짜 의사 선생님스러운 글을 썼네요.
다만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자면 앞부분에서 말하는 "근본적인" 이유들보다는 항구도시는 교통이 원활하고 외국인의 출입이 많은데다가 환락가에서의 성병 유흥이 번창하다 보니, 전염병이 더 쉽게 퍼진다는게 가장 설득력 있어보입니다만...
"야채 안 먹고, 고기만 먹고, 몸 안 움직이고 그러면 병든다"는 건 저희 할머니 말씀에 가까운게 아닐지요;;


아무튼 "중국인의 몹쓸 식습관을 배워서 건강을 해치게 되었다"는 제노포비아(xenophobia) 적인 발상 역시 제가 끊임없이 엮어대던 민족주의 발아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군요.

카라유키상과 성병의 사회사 같은 것도 생각해보면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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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六 寿妖

26. 수요[1]

 


余、諸国をめぐり(こころ)むるに、山中の人は長命なり。海辺の人は短命なり。京都の人は廱疔(ようちょう)のごとき腫物類は甚だ稀なり。長崎には甚だ多くして、京都の三双倍五双倍ともいうべし。其由来を考うるに、食物の事にあり。山中の人は魚肉なければ常に芋、大根の類のみを食す。もし年始、節句、其外呪い日といえども、富める者も纔かに塩肴(しおざかな)乾物(ひもの)には()()()。其上に高山深谷に登り下りて耕作に身を労し、 纔かに麦飯に(うえ)をしのぐ。麁食にして身を働く故に、長命にて無病なり。海辺の人は魚肉に飽満ちて、飯のかわりにも魚を食し、船の出入有りて諸国の運漕よろしければ、飯は其米自由なるゆえに、貧しき者もついに麦飯などは食せず。其上に山坂の働の苦労は無く、船にて往来やすらかにして、魚塩の利ゆたかなれば、自然と身も安くして美食にくらす故、病身にして短命なり。猶又、山中は人の往来不自由にして、淋敷質朴なれば、売女遊里も無く、湿毒()伝染の憂もなし。海辺は何方(いずかた)にても諸国の通路よければ、賑かに華麗にて遊女あらざる所も無く、人ごとに湿毒もうつり、且又、塩風に湿気を受けて、内外より病を作り養い、心気を労し、腎をつからし、いかなる壮実の生れ付きといえども、短命病身ならざる事あたわず。是山中と海辺の寿妖の違の根本なり。長崎は天下第一に魚肉たくさんにて、野菜の類よりも下直(けじき)なる程なれば、人皆日々魚肉に逢いて飽満ち、且又、唐人のいんしょくを見習い、何の肉にても油あげになし、厚味にして食す。其上金銀の通利格別に宜敷、人皆歓楽にして世を渡る。其故に日夜只飲食のみを楽として、身を働き気血をめぐらす事なし。是皆腫物の類の多き根本なり。京都は、人皆家業を専一につとめ、身を働き、海無き国なれば、魚肉格別高料にして、貧賤の者は求めがたし。故に他国に違い、常に麁食也。廱疔(ようちょう)の類すくなきゆえんなり。然れども、繁華の地ゆえ湿毒の憂は日々に多く、貴賤おしなべて病まざる者無きに似たり。もし保養をよくせば、京の地も長寿を得べき所也。


내가, 여러 지방을 돌며 시험해보니, 산 속에 사는 사람은 장수한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단명한다. 교토의 사람은 옹정(廱疔)[2] 같은 종양 류는 몹시 드물다. 나가사키에는 몹시 많아서, 교토의 세 배, 다섯배라고 말할 만하다. 그 유래를 생각하건대, 먹거리인 것이다. 산 속에 사는 사람은 고기(魚肉)[3]가 없으니 평소에 감자, 무 종류만을 먹는다. 혹시 새해, 춘분, 그 외 제삿날이라고 해도, 부유한 자(의 식사)도 겨우 절인 생선, 건어물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높은 산 깊은 골(高山深谷)[4]을 오르내리며 경작하는데 몸을 고생시키며, 겨우 보리밥으로 허기를 면한다. 검소하게 먹고 몸을 움직이는 고로, 무병장수하는 것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고기로 허기를 채우고, 밥 대신으로도 생선을 먹고, 배의 드나듦이 있어 여러 지방의 조운이 원활하니, 밥은 그 쌀이 자유로운 까닭에, 가난한 자도 결코 보리밥 따위는 먹지 않는다. 게다가 산비탈에서 일하는 고생이 없고, 배로써 왕래하는 것이 편안하여, 생선과 소금의 이익이 풍부하니, 자연히 몸도 편해져서 식도락하며 지내는 고로, 몸이 병들어 단명한다. 또한 더더욱이, 산 속은 사람의 왕래가 부자유해서, 쓸쓸하고 질박하니, 매춘부나 유녀도 없고, 습독(1)이 전염될 걱정도 없다. 바닷가는 어디서든지 모든 지방으로 길이 잘 통하니, 북적이고 화려해서 유녀가 없는 곳이 없고, 사람 마다 매독을 옮겨서, 또 예로부터, 바닷바람에 습기를 받아서, 안팎으로 병을 만들어 기르니, 심기(心気)[5]가 지치고, 신장이 지치고, 아무리 태생이 건장하다고 하더라도, 단명병신(短命病身)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것이 산 속과 바닷가의 수요(寿妖)의 차이의 근본이다. 나가사키는 고기가 많기로 천하제일이라, 야채류보다도 저렴할 정도이니, 사람들이 모두 매일 고기로 만나서 허기를 채우고, 또 예로부터, 중국인이 먹고 마시는 것을 보고 배워, 어떤 고기라도 기름에 튀겨서, 깊은 맛을 내서 먹는다.[6] 게다가 금은의 이윤(通利) 각별히 좋아서, 사람들이 모두 환락하며 살아간다. 그런 고로 밤낮으로 오로지 먹고 마시는 것만을 낙으로 삼아, 몸을 움직여 기혈을 돌게 하는 일이 없다. 이는 모두 종양 류가 많아지는 근본이다. 교토는, 사람 모두 가업에 전문적으로 종사하고, 몸을 움직여 일하며, 바다가 없는 지방이니, 어육이 각별히 값비싼 재료라서, 빈천한 자는 구하기 어렵다. 고로 다른 지방과 다르고, 평소에 검소하게 먹는다. 옹정의 류가 적은 까닭이다. 그렇지만, 번화한 땅인 까닭에 매독의 걱정은 나날이 늘어나고, 귀천(貴賤)할 것 없이 병에 걸리는 자가 없는 데에 가깝다. 혹시 보양을 바란다면, 교토 지방도 장수를 얻을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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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病

(1) 성병


[1] 수명(壽命)의 옛 표현.

[2] 탄저병 증상을 말한다고 한다. (모 황제의 연호가 아닙니다...)
[3] 한자는 "어육(魚肉)"이라고 쓰였지만 이후의 언급을 볼 때, 생선고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선과 육류를 통틀어서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물고기와 뭍고기."

[4] 



[5] "심장"

[6] 일본과 외국, 특히 중국의 서로 다른 체질과 먹거리에 대해서는 역시 적륜재의 18세기 동아시아 크로스보더 파티장 - 왜관 그리고 데지마 (下) 에서 이야기하는 타이먼 스크리치 교수님의 "에도의 몸을 열다" 참조.


"자, 이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타이먼 스크리치는 이런 설명을 위의 책에서 하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외국인들을 접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그들과 다른지 같다면 어떻게 같은지와 같은 의문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체신서와 같은 네덜란드 외과의학서가 번역되고 난학자들이 주로 난방의(蘭方醫)들의 분야에 천착하면서 해부와 분석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의견에 동의하는지는 차치하고, 음식 역시 이런 방식으로 의문이 되고 해석이 됩니다. 이방인들은 일본인이 몸에 안좋다고 꺼리는 음식(주로 육식이겠지요)을 먹는데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다른 인종의 외양이 다른 것이 요리 탓이라면 다른 나라 음식을 먹으면 결국 이방인의 신체가 되는가? 그런데 우선 점차 중국요리가 퍼지면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구나 하는 이해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통신사가 가는 루트를 통해 조선 음식의 조리법이 전해지게 된 것도 조금씩 이해가 확장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란다 음식의 경우는 여전히 상당히 이해가능한 레벨 저 너머에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크리치 교수님은 저서에서 타치바나 난케이의 "동서유기"를 인용하기 때문에, 이 26. 수명 기사도 읽고 거기서 위와 같은 결론을착안하신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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