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사절



멸종하지 않는 감독들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찰리 채플린의 city lights라는 영화가 있는데 첫 장면에서 채플린이 호루라기를 삼키고는 입을 열 때 마다 호루라기 소리를 내요. 이게 뭐냐하면 그 당시 유성영화가 시작됐는데 기술력이 엉망이라서 정작 배우들이 뭐라고 말하는지도 잘 안들리고 삑삑 거리는 소음 수준이었거든. 그걸 희화화한거에요.
무성/흑백의 시대에 익숙했던 채플린은 "소리"가 있는 영화라는 개념을 불편해하면서도 거기에 맞출 수 밖에 없으면서도 그걸 또 희화화하고자 한거에요. 그 결과 버스터 키튼같은 "멸종"한 흑백무성 영화 배우/감독들과 달리 채플린은 유성의 시대를 살아남았어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은 컴퓨터와 음파?기술을 이용해서 "실제 발굴"을 하지도 않고 공룡화석을 감지해내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그러면서 고생물학자 부부는 "앞으로는 진짜 발굴을 하지 않게 될지도 몰라"라는 대사를 내뱉죠. 그리고 쥬라기 공원을 시찰하면서 "저건 뭐죠? 로봇들인가요?"라고 하니까 "아뇨, 우리는 로봇을 쓰지 않습니다."같은 대사도 있고...
암튼 더 이상 stage prop을 쓰지 않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거에 대한 암시가 많은 영화에요. 그러니까 진짜 거장들은 자신들이 익숙해진 시대적 제약을 뛰어넘고 살아남는다고요. "멸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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